12월 중순에 장마철처럼 비가 내려서 좀 걱정이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 뒷집 김선생님께서 아침에 전화를 주셨더라구요. 저는 혹시 농막에 도둑이 들거나 닭이 죽었나 싶어서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올가을에 김선생님께서 한 달 동안 돌을 세 트럭 반 골라와서 쌓으셨던 제 밭 북서쪽 석축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하시네요.
밭에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다친 사람도 없고 기껏해야 복분자 몇 그루가 피해를 좀 입은 것 뿐이라 전혀 사과하실 일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어제오늘 내린 비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퇴근하고서 밭에 갔더니 백봉오골계 한 마리가 알둥지 안에서 죽어있더구요. 배 아래에 알을 하나 품은 채로요.
요새 백봉이들이 알을 거의 낳지 않아서 건강이 시원찮은가 했는데, 추위에 약한 품종이라지만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에 갑자기 돌연사라니. ㅠ.ㅠ
죽은 오골계를 닭장에서 꺼내는데 지난 여름에 들고양이(?)한테 발가락이 두 개 잘린 채로 구조되고 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꼬끼오'하는 수탉 울음을 울지 않던 블랙 마란 수탉이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네 번이나 '꼬끼오'하며 긴 울음을 내네요. 가축을 키우면서 동물들의 지성과 감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어두워진 상태라 제대로 못봤지만 무너진 석축위에 토사도 잔뜩 쌓여서 쌓기 전으로 돌아갔더군요. 아래쪽에 무거운 돌부터 괴어서 신경쓰시며 석축을 만드셨고, 석축을 쌓으신 다음에 뽀족하고 길쭉한 돌들을 돌틈 사이에 쐐기처럼 꽂아넣으셨는데도 무너져내리네요.
물을 담뿍 머금은 토사의 압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왜 다들 온양석같은 무거운 돌이나 보강토 옹벽으로 석축을 쌓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선생님께서 내년 봄이 되면 돌틈 사이에 시멘트반죽을 넣어서 단단하게 만드신다고 하셨었는데, 그랬으면 횡력에 견딜 수 있었을까요? --;
제가 밭 주위로 유실수들을 심어놓고 가운데는 틀밭을 만들어놓는 바람에 미니 굴삭기도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이라 공주시에서 수해복구 지원사업을 하는 것도 지원을 못받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어차피 올해는 이제 내일부터 한겨울이 시작이라 내년 봄에 개당 35kg이나 나가는 보강토 옹벽 블럭(개당 3,500원)을 사서 저랑 같이 석축을 쌓기로 했습니다.
내년 봄에 35kg짜리 보강토 옹벽을 무리없이 들려면, 겨울 동안 러닝으로 군살을 빼고 근력 좀 키워야겠어요.
마을 어귀에 바로 붙어있는 190평 작은 밭에서 만나는 자연도 녹록치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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