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미 작가님의 첫 소설집. 이 다음에 내신 에세이집을 먼저 읽고서 소설집을 읽으니 작가님의 어떤 경험이 각 단편들에 녹아있는지를 알게 되서 좋더라구요.
제 주변 페친들은 아무래도 가방끈이 긴 중산층들이 많은데, 김양미 작가님의 단편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들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한국사회의 중위값 수치들과 이물감 없이 어울리는 생활인들이 많습니다.
힘들게 돈을 벌고, 적은 생활비를 아껴가며 생활하는 구체적인 모습 속에 익살과 해학이 들어간 게 동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모파상같은 느낌이에요.
첫 작품인 <비정상에 관하여>(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는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ADHD의 특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표제작인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는 인물들의 과장된 전형성에 기대면서 살짝 비트는 작품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대학로 희극을 활자로 보는 듯 했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듯한 <샤넬 No.5>, 현실 남녀의 소박한 연애와 동거가 담긴 <소설 속 인물>이었고요. <케잌 상자>와 <방어 대가리>도 실제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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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비정상에 관하여> 중에서
남들이 조언이랍시고 던지는 비난, 열심히 살아 보라는 다그침, 억지 열정 따위는 나 같은 사람의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인내심마저 좀먹는다. 더 이상은 행복을 정의하거나 흉내 내지 말자. 10년 뒤에 어떻게 되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티끌 같은 것들을 찾아내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자. 내가 나에게 잘했다고, 해냈다고, 칭찬하며 기뻐해 주자.
147쪽 <샤넬 No.5> 중에서
"희망 고문은 둘째치고 항문 고문이다. 글만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똥도 안 나와요."
용쓸수록 안 나오는 건 글이나 똥이나 매한가지라는 내 말에 경희가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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