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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세이지/류석진 외 역] 마을의 진화

독서일기/일본

by 태즈매니언 2025. 7. 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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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인 공주시에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을 투자해서 베이스캠프를 마련해서 5도 2촌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주제의 책들을 주기적으로 찾아보게 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I의 비극>(I턴은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을 의미)을 읽은 덕분에, 별다른 기대 없이 이런 사례도 있다고 겸손하게 소개하는 케이스스터디로 볼 때가 좋더라구요.

저자 간다 세이지는 지방재생에 관심이 많은 아사이신문의 기자인데 그가 시코쿠섬의 도쿠시마 현(인구가 67만 명으로 47개 도도부현 중 44위) 중에서도 중산간에 있는 인구 5,300여 명(한창 때의 1/4 수준)의 산골마을인 가미야마 정에서 벌이고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2016~2018년 동안 연재한 기사들을 보충해서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 돌아온 실리콘밸리를 경험한 한 명의 시도가 시골 마을에 일으킨 변화 부분은 감명깊지만 흔한 스토리이고 반딧불의 발광처럼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저냥 봤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골 마을에 세계와의 연결 기회를 만들어주었던 NPO 1세대들이 60대가 되면서 활동의 일선에서 은퇴할 시점에, 가미야마 마을이 앞으로 20~30년 후에 겪을 쇠락의 예상진로과 그 전개과정, 이를 막기 위해서 마을의 생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지표의 선택과 기준 설정, KPI를 달성하기 위해 주민-면사무소-NPO 간의 36인 협의체 구성과 논의의 과정 부분이었습니다.

토크빌이 관찰한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재발명한다고 할까요. 지방자치나 마을만들기 모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하니까요.

지자체의 군기본계획같은 법정 행정계획들은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법에 있으니 수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계획을 어떻게 실현시킬지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나 자원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수립하는 일만 반복하게 되고 결국 실현 불가능한 계획만 캐비넷에 저장됩니다. 이런 걸 막는다고 연차별 시행계획과 시행실적을 보고하고 관리해도 서류작업만 느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을 짜는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미야마 정의 사례처럼 이런 3인 4각의 협업이 가능할지, 지자체 공무원이 자기네 지역의 창생을 위해 공무원을 퇴직하고 지자체 출자기업의 실무자로 이직을 할 수 있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지 않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서 절대 안되는 건 없으니 비슷한 시도가 계속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20년 후에 비수도권 군 단위에서는 읍면 소재지 외에는 마을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상업기능들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가미야마 정 같은 소수의 창생 마을로 살아남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 지역에 애착이 있는 50대 이하의 분들에게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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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쪽

같은 실험 이주 제도의 예로 총무성이 2009년도에 시작한 '지역 살리기 협력대'가 있다. 이것은 대원으로서 보수를 받으면서 3년간 같은 시군구에서 활동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마을에서도 매해 몇 명 정도는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그것에 비하면 가미야마 주쿠는 매해 수십 명을 받아들인다. 게다가 기간은 반년으로 짧다. 이 짧은 기간이 가볍게 응모해 보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절묘한 한 수가 되었다.

157쪽

논의 방식도 면사무소의 초안에 의견을 다는 전문가를 모은 협의회나 심의회가 아니라 의견을 내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워크숍 방식을 채택했다. 8인의 핵심 팀과 별도로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 대표 등 모두 28명에 이르는 실무 집단을 두었다. 그 구성도 주민, 면사무소 직원 각각 14명씩으로 구성하며 대체로 40대 이하로 연령을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면사무소에서 말하는 주민 대표란 노동자와 부인, 고령자, 산업계 등 각종 단체의 대표들이다. 그런데 40대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면 연배가 있는 각종 단체 대표는 저절로 제외된다. 면사무소측도 간부가 아니라 계장급 이하의 젊은 직원으로 한정된다.

166쪽

(미래 인구추정을 한 고토 다이치) "인구감소를 어느 정도 와닿게 자신의 일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 필요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닥쳐올 미래'를 상상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74쪽

(고토 다이치) "제가 여기저기의 지역 만들기 실천에서 배운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중요한 것이 첫째도 둘째도 모두 그것을 담당하는 손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이 프로젝트는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의욕과 힘이 있는 사람이 없으면 정말 좋은 전략을 만들어도 실현되지 않습니다."

281쪽

나는 '협동'이라는 말을 행정기관이 가볍게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보는 행정기관이 독점하고 주민이 과정에 간섭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을 '협동'이라는 말로 포장한다. 그런 가식적인 '협동'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가미야마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올바른 의미의 협동'임에 틀림없다.

287쪽

(오오미나미 신야) "마을 만들기라고 하면 애초에 계획이 있고 그 계획을 기초로 진행된다는 이미지지만 지금 가미야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움직임은 땅을 일구니 풀이 났다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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