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oon Lee님의 깨알목록 중 한 권인 하루끼의 논픽션. 1995년 3월 20일 일본 도쿄의 지하철. 사린가스를 유출시킨 사람들과 그로 인해 가스에 중독되어 피해를 본 62명과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빽빽한 체험담들이 589쪽까지 계속 이어지는데 그들이 기억하는 그 날의 사건에 대한 얼개들은 대부분 비슷해서 읽으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월요일 아침에 만원 전철에 몸을 싣고서 짐짝처럼 출근하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그들이 일과 자신의 생활에 대해 가지는 마음가짐이 하루끼가 기록을 통해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색깔로 나타난다. 보통 언론에서 나오는 사망자 O명, 부상자 OO명이라는 단신기사나 피를 흘리는 사람, 온 몸에 호스를 달고 있는 중환자실의 풍경,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의 절규 등등 맥락과 구체적인 상황을 생략한 진부한 화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사린 가스 배포 사건 이후로 9개월 후부터 1년 9개월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펴낸 이 책이 작년 4월 16일의 사건을 겪은 우리 나라에도 필요하다.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한 <의자놀이>도 비슷한 책이었지만 분량이 너무 짧았다.
그리고 하루끼의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한 62명에 대해서는 물론 자위대나 공직에 있다는 이유 또는 철도회사에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터뷰를 한사코 회피한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침묵도 그림자처럼 비추고 있다. 이런 일에서는 절대 나서지 않는 사람들.
저자 서문에 해당하는 "지표 없는 악몽 - 우리는 어디로 향해 나가가려 하는가"를 600페이지 이상의 인터뷰들을 읽은 뒷 자리에 배치한 덕분에 하루끼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보다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좀 더 쓰고 싶은데 출근시간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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