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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리볼리/김명철 역] 티셔츠 경제학(2005)

독서일기/국제경제무역

by 태즈매니언 2015. 6. 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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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은 탄자니아의 만제스 시장에 진열되어 잇는 미국인들이 입던 헌 티셔츠


조지타운대에서 국제 비즈니스와 국제금융을 가르치던 저자 피에트라 리블리는 19992월 어느 추운 날 교정에서 반세계화시위를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 중요한 것을 잘못 알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어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세계화 논쟁의 양 진영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함께 인간의 생존환경 개선에 공조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1999년 봄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 해변의 월그린 매장에서 5.99달러짜리 티셔츠를 하나 산다.그 티셔츠의 일생을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서부 텍사스의 목화농장에서 수확된 목화 수확물 중 면사를 짜는 린트 500그램이면 티셔츠 3장을 짤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동물사료, 튀김용 기름, 셀룰로오스 등으로 소비되고. 조면기를 거쳐 볼륨을 줄이기 위해 잔뜩 압착된 린트는 트럭과캘리포이나 롱비치 항구를 통해 상하이의 면방적공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 옆의 재봉실에서 만들어진 티셔츠는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고, 나중에 구매자가 수거함에 버리게 되면 수거업자에 의해 분류되어 아프리카까지 세계각지로 수출되어 다시 팔린다.

 

언뜻 보면 굳이 책 한 권이 필요할까? 싶은 단순한 내용인데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따른 완전경쟁시장의 작동을 막는 무수한 '정치적인' 요인들이 작동하는 구조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힌 결론대로 "티셔츠의 일생은 분명 경쟁적인 국제시장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러한 영향을 촉발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경쟁적인 시장보다는 시장을 회피하려는 수단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치열한 경쟁시장은 누구든- 이를 찬미하는 사람들조차 피하고 싶어한다. 티셔츠가 생산되는 각 단계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승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경쟁을 회피하려는 노력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경쟁 그 자체보다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내가 대학 새내기시절 세계화에 대해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읽던 시절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었던 셈인데 이미 내 생각이 돌고 돌아와 저자가 말하는 바와 유사한 생각을 갖게 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나다니.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좋은 책이고번역 출판한 때가 2005년인데 벌써 절판이라는게 좀 의외다.

 

이 책을 통해서 인도 - 영국 - 뉴잉글랜드(미국) - 남부 피드먼드(미국) - 일본 - 한국/대만 - 중국 - 베트남 - 방글라데시로 이어지는 대항해시대 이후의 면직물 산업의 국제적인 흐름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부가적인 소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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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농업법은 목화 재배농들에게 1파운드당 최소 72.24센트의 수입을 보장해주었다. 2004년 중반 목화의 세계 평균 가격은 1파운드 당 38센트였기 때문에 미국의 목화 재배농들은 목화의 시장 가격보다 2배 가량을 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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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공들은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처음 공장을 찾는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온순할 수 밖에 없다. 노동력 착취 공장은 이상적인 노동자의 특성을 지성이나 창조성이 아닌 온순함에서 찾는다.공장은 대안이 없는 젊은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기술을 습득한 뒤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온순함을 길러온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 선택권을 얻고 난 뒤에는 차츰 과거의 수동적인 모습을 잃어간다. 어느 나라, 어느 공장에서든 여성들은 상관에게 맞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스스로의 선택권을 넓혀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섬유업계에서 이상적이라가 생각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잃어갔지만, 독착성, 결단력,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산업에는 적합한 노동자가 되어 갔다. 바닥을 향한 경쟁이 진행되는 동안 기업들은 다른 분야로 사업을 옮겨갔으며 섬유 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172

 

대체적으로 의류 수업에 대한 제한 및 규제는 재무부, 상무부, 하원, 미국 통상대표부, 범정부간 협의체인 섬유협정 이행위원회는 물론 수백 명의 로비스트와 변호사들에 의해 문서화되고, 관리되고, 집행된다. 실제로 어떤 연구서는 11개의 박스와 수십 개의 화살표가 그려진 도표를 실어 섬유 및 의류 무역에 정부가 어떻게 간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2002년 초, 미국 섬유 및 의류 수입자 협회의 홈페이지에는 일, 시간, 분 초 단위로 MFA의 시한을 표시하는 시계가 있었다. 200511MFA의 만료가 예정된 시간에서 의류 수입업자들은 그들이 싸워야만 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무역 보호정책의 남은 수명을 정확히 계산해볼 수 있었다.

 

182

 

면직물 및 의류 수입을 제한한, 미국의 정책은 뜻하지 않게 무역 상대국으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대중적인 인조직물 및 모직물 판매에 전력을 다하도록 했다.

 

196

보호무역제도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살아남은 일자리는 각종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관계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관료들의 자리였다.

 

203

 

미국의 쿼터제가 가져온, 가장 부정적인 결과는 엉뚱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쿼터는 사실상 옵션이며,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듯이 옵션은 가치가 있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쿼터를 할당함으로써 미국은 자국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수 있는 권리인, 가치있는 옵션을 마치 선물인 것처럼 분배해버렸다.

(중략)

만약 중국이 쿼터를 팔아 벌어들인 95백만 달러의 수입을 2003년 실직한 98,000명의 미국 섬유업계 노동자에게 나누어 주었다면, 노동자 한명 당 적어도 9,000달러 이상을 직업훈련 등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213

 

1600년대 후반 영국 의회는 수입 면제품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름에는 면직물이 좋다고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자들과 모직업계를 옹호하는 자들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오늘날 미국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모직업계는 이권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예를 들어 1689년 의회에 도입된 법령에 따르면 면직품은 오직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모든 성자들의 축일부터 성수태고지의 축일까지 누구나 양모 말고는 다른 어떤 의류도 착용할 수 없다.) 또한 모직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 특정 집단의 의복을 법률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모든 치안판사, 재판관, 대학생, 교수들은 반드시 모직물로 만든 가운을 일년 내내 입어야만 한다.)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모직업계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법령을 변경했다. 또 다른 법령에는 5파운드 이상의 수입이 잇는 하녀들은 오로지 모직 모자만 써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1700년대에 이르자 의회는 오직 한 집단에만 모직옷을 가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직물을 입어도 간지러움을 느끼지 못했고, 하녀들보다도 더 권리가 없는 집단이었다. 법령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었다.

 

"어떤 시신이건 오로지 양모 외에는 매장될 때 어떠한 수의도 입힐 수 없다." 이와 관련된 짤막한 시가 지어졌다.

 

"살아 있는 이들은 견딜 수 없었기에

결국은 죽은 이가 입어야만 했네."

 

246

 

어떤 구제 티셔츠는 특히 유럽, 뉴욕, LA에서 인기가 좋다. 예를 들어 서니의 고객들은 1970년대 락밴드 티셔츠에 기꺼이 고액을 지불한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이런 티셔츠를 잘 골라내어 '빈티지'로 분류해놓아야 한다. 롤링 스톤스의 티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내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롤링 스톤스를 모를 뿐 아니라 눈에 띄게 낡고 찢어진 티셔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상급의 롤링 스톤스 티셔츠(예를 들어 1972년 밴드 퉈)는 빈티지 상점에서 300달러 가량에 팔린다. 만약 그런 티셔츠가 아프리카향 화물에 섞인다면 스터빈 일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269

 

어떤 사람들은 자선의 목적으로 기증된 옷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입을 금지해도 미툼바 거래를 근절할 수 없듯이 이러한 생각은 실효성이 없다. 아무리 막는다 하더라도 기증된 옷들은 은밀하고 재빠르게 미툼바 시장으로 보내어진다. 조사 결과, 기증된 옷은 진정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보다는 바로 미툼바 시장으로 보내어짐이 밝혀졌다. 또한 아시아 난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옷들도 속속 시장으로 향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자선활동은 필요한 사람에게 옷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에드 스터빈과 제프리 밀론지 같은 사람이 없다면 기증된 옷들은 대부분 창고에서 썩기 마련이다. 순수한 자선활도에 의해서는 기증된 옷을 분류하고, 등급을 매기고, 배분하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난 구호 조직들은 옷을 재난 지역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275

 

미국의 지독한 소비열은 구제옷의 공급뿐만 아니라 해상 운송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3년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5,3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 운송비가 미국에서 나가는 화물 운송비보다 비싸지게 되었다. 또한 미국에서 나가는 화물운송비는 다른 지역의 화물 수요도 반영한다. 그러므로 미국과 커다란 무역불균형을 보이는 나라는 화물 운송비 역시 불균형을 보이게 된다.

 

2003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240억 달러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중국으로의 수출보다 약 5배 많았다. 5만 파운드의 옷을 실을 컨테이너를 뉴저지에서 중국까지 실어 나르는데 약 400달러가 드는데 이는 브루클린에서 뉴저지 항까지의 트럭 운송비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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