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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스터드웰/김태훈 역] 아시아의 힘 How Asia Works(2015)

독서일기/국제경제무역

by 태즈매니언 2016. 5. 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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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스터드웰의 <How Asia Works>. 존경하는 페친님을 통해서 알게 된 책. 이번 주말에 한 일이라고는 방울토마토 절임을 만든 것밖에 없지만 그나마 오늘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주말을 허송하진 않은 듯 싶다.


20여년간 아시아 경제 전문가로 활동해온 조 스터드월은 동아시아의 경제개발 과정을 역사적 관점을 통해 3가지 요소로 성공의 비법을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그 3요소는 바로 가족농과 수출 중심 제조업, 그리고 이 두 부문을 뒷받침하도록 긴밀하게 통제되는 금융이다. 전에 접해본 장하준 교수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이 꽤 있었지만 이 분의 이론이 훨씬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이라고 느껴졌다.


박정희-전두환-김대중으로 이어지는 현대 한국의 통치자들의 핵심 산업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당시에 좀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훈수를 하기 전에 우리나라 정도의 성취가 얼마나 국가단위의 보기드문 성공사례인지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의 사례를 번안한 경제정책을 주장할 경우 어설프기 십상이라고 생각한다. 수권대안세력들은 개발독재정권이 이 책에서 언급한 산업정책과 함께 예전에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에 대한 서평에서 언급했던 주거안정과 내수진작, 중산층과의 정치적 동맹 결성과 같은 문제들까지 동시에 해결해야했던 상황들도 보다 엄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출발하여 정책대안을 낼 때 수권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동북아의 성공한 국가들 사례를 참고하여 경제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간략하게만 서술되었지만 꽤 설득력이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고속철도 사업을 하나의 리트머스 용지로 보고있다. 중국은 우수하고 많은 유학파 인재, 광대한 자국시장을 무기로 한 유리한 기술이전협상력, 광범위한 지식재산권 침해, 엄청난 자국 내 발주물량, 정치적 혹은 ODA를 통한 수출물량 확보 등등 고속철 산업 선도에 유리한 무기들을 갖고 있다. 반면에 에반 오스노스가 < 야망의 시대>에서 언급했던 국영기업 내부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부패와 안전위험, 홍보와 보고를 위한 지나친 속도전 독려, 조작된 통계와 수치, 정실인사로 기우는 공산당 관료들의 정책결정 리더쉽에 대한 의문 등은 중국의 고속철산업이 가진 경쟁력의 실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뭐 지켜보다보면 알게 되겠지.


이 책은 목차도 심플하다. 제1장 토지. 제2장 제조업. 제3장 금융. 제4장 중국이 끝이다.


제1장 토지(텃밭농사의 승리)의 논지를 나는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본다.


3요소 중 첫째는 일련의 토지개혁 프로그램이다. 가용 농지를 평등한 토대 위에서 농업 인구에게 나누어 주는(대강 가구당 3헥타아르) 것이다. 농촌에 대한 융자 제공과 유통기관, 농경법 교육은 토지개혁의 대가로 출현한 자작소농들의 노동력과 잉여 자본을 생산량 극대화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하였다. 저자는 노동집약적이나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소출을 올릴 수 있는 '텃밭농사'의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직관과는 달리 노동력이 넘치는 개발 초기의 국가에서는 노동투입 1단위 당 수익이 형편없다고 하더라도(비효율적이더라도) 이 방법이 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용도이기 때문에 소출이 늘어남을 다양한 데이터를 보여준다. 자기 땅이 있는 가족농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는 정주영씨가 자서전에서 부모님의 부지런함에 대한 일화를 회상했던 내용들에서 익히 본 바와 같다. 이렇게 늘어난 가구의 소출은 국내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주곡을 수입하느라 외화를 쓸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아낀 외화로 개발과 학습에 필수적인 기계를 수입할 수 있다.) 소비재에 대한 구매여력을 늘린다. 가족농은 빈국에 전무하다시피한 복지제도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빈곤문제로 인한 사회갈등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토지개혁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던 일본, 한국, 대만을 보면 이러한 정책의 약빨은 10년이 지나면 점차 떨어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삼국은 농장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보호주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그나마 양호한 순서를 매기면 대만>한국>일본 순)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은 농민들로 하여금 통합과 전문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없애버렸다. 이는 고령의 농민들에 대한 국가복지제도의 부족과 이촌향도를 유도했던 과정에서 농촌의 희생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기인하였다.


제2장 제조업(역사가들의 승리)의 논지는 아래와 같이 요약해본다.


제조업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빈곤탈출을 위해 중요하다. 첫째, 제조업은 기계 활용을 토대로 삼아서 사람과 관련된 생산적인 기술의 부족(소수의 숙련기술자)을 완화해 준다. 서비스업이 사람과 인적 기술의 개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 느릴 수밖에 없는 점과 대비된다. 둘째,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교역에 용이하다. 대다수의 서비스는 상품이나 사람이 양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며 국경을 넘은 서비스교역은 지금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다만, 개도국에서 자국의 제조업에 대한 보호와 보조는 기업인들의 '지대추구'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필요한 것이 기업인들로 하여금 '이윤을 얻음과 동시에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강제하는 방법'이다. 조 스터드웰은 이를 '수출규율'이라고 부른다. 수출규율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출을 강제하고 국제적인 경쟁에 직면하도록 보조금과 시장 보호정책을 제공하며, 국내 제조기업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조기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수출 실적에 좌우된다. 수출규율을 지키지 못한 열위기업에 대한 퇴출과 대외 경쟁으로부터의 적절한 기간 동안의 보호는 채찍과 당근처럼 자국의 제조업체들의 조련하는데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었다.


작은 국내시장에서 인허가를 남발하여 생긴 경쟁체제는 터무니없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경쟁은 플레이어들에게 기술적 학습을 강요하였고, 충실한 우등생에게는 실패한 경쟁업체의 생산용량을 집어삼킬 수 있는 선물을 선사했다. 포항제철(189쪽)과 현대자동차(196쪽)의 사례처럼 정부의 현명하고 지속적인 육성책들은 큰 과실을 안겨주었다.


기술적 진보의 비밀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있었다. 즉, 주류경제학자들의 의견과 달리 개발도상국은 효율성을 걱정하기 이전에 학습에 투자하여야 한다. 산업적 학습을 이루려면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난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경제개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국영기업의 민영화 또한 주류 경제학자들이 핏대를 올렸던 바와 달리 성공의 필수요소가 아님이 역사적으로 판명되었다.


반면, 수입대체 공업화와 국내시장 독과점을 통한 경쟁압력의 부재는 사례를 보건대 개도국의 한정된 자본투자를 헛된 것으로 낭비하였다. 국내제조업에 대해 수출규율을 강요하지 못했거나, 수출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나라들에서 활동한 기업가들은 해외 다국적 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유혹에 빠졌고, 합작회사 설립 이후 뒤늦게 이제 기술적 독립을 이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최근 인도 방갈로르의 사례를 들어 IT서비스업을 제조업 주도 개발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나 12억의 인도인구 중 이 분야 경제활동 인력은 1%에 불과하다. 참고로 인도의 제조업 고용인원은 노동인구의 14%에 불과한데 비슷한 소득수준일 때 한국의 제조업 고용인원은 노동인구의 약 30%에 달했다.


제3장 금융(짧은 사슬의 혜택)도 아래와 같이 요약해봤다. (졸리고 낼 새벽 출근이 걱정되다보니 글이 점점 간략해진다.)


금융은 앞서 본 가족농 기반 농촌경제 기초확립과 제조업 육성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국가의 유용한 수단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이 보다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소비자대출은 억제되고 사금융시장의 몫이 되었다. 또한, 저축을 통해 국민들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도 희생되었다. 반면에 정부가 선호하는 기업에게 제공되는 자금은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했다. 그런데도 경제모형상 예측되었던 개인저축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복지제도가 거의 없는 빈국에서는 미래에 대비해 돈을 모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융이 토착 산업화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핵심 변수는 금융기관을 보유하는 주체나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금을 제공받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환경이다. 은행 자금을 공급받은 기업가들이 제조업에 대한 압박을 받았는지, 수출 규율을 부여받았는지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방만한 대출과 부패는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성공한 국가는 금융기관을 필요에 따라 농업정책 및 수출 기준을 적용하는 유치산업정책으로 이끌었다. 이들 국가는 자본통제를 통해 금융 부문이 대안적 기회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해외 자금의 흐름이 개발계획을 저해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반면에, 국가가 금융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한 경우 수출 규율을 부여받지 않는 기업인들은 역외 자금에도 폭넓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제4장 중국(세계를 흔든 규모의 힘)


중국은 다른 성공적인 동북아국가(일본,한국,대만)과 달리 농민에게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았고 WTO 가입을 위해 농업 보호조치를 상당후 폐기했다. 즉 중국은 불평등을 성공한 세 나라보다 정치적으로 용인한다. 게다가 중국의 농민들은 삼국과 달리 토지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다. 때문에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메말라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중앙정부들은 농민들에게 시가에 못미치는 임대료 보상을 통해 기업에 토지를 매각하여 세수결손을 메꾸고 있다.


중국정부도 삼국의 사례를 답습하여 예대마진(스프레드) 조작을 통해 은행이 정부지침을 따르는 데서 발생하는 손실과 저마진을 상쇄하고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국정부가 추구하는 산업정책의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하며, 자금을 너무 낭비해서는 안된다. 또한 자본이 더 나은 수익을 찾아 국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중국정부가 이를 잘해내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중국은 또한 예전 대만과 같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공격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환율조작의 소지가 있다. 직접적인 보조금은 유치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우선시된 기술을 지닌 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급될 경우 세계적 수준의 기업을 육성하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통화 가치 절하는 모든 기업이 수출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가공업을 뒷받침하는 저부가가치 국내 제조업체를 보조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기술적 역량을 진전시키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다만 중국의 환율조작은 예전 대만처럼 심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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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클라우스 다이닝거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실시한 세계 토지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토지 분배가 대단히 불평등했음에도 장기적으로 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주요 개도국은 하나뿐임을 밝혀냈다. 그 나라는 바로 농업 생산량을 늘리지 못해서 1980년대에 부채 위기로 몰락한 고속성장의 거짓 선지자, 브라질이다.


165쪽


대만의 국영기업들이 한국의 기업들보다 낮은 실적을 낸 이유는 수출 규율과 경쟁에 처한 정도가 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술을 얻기 위해 해외 자본과의 합작에 더 의존했다. 이 점은 독자적인 기술을 얻기 위해 해외 자본과의 합작에 더 의존했다. 이 점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대만 기업들이 미국의 다국적 통신기업인 ITT 및 GTE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신 부분이 한 예이다. 한편 컴퓨터 제조사인 에이서 같은 대표적인 민간기업들은 한국의 민간기업들만큼 수출 보조, 국내시장 보호, 재정 지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에 더 작은 마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기술 경쟁력과 규모 면에서 뒤쳐지게 됐다.


196쪽


지원의 지속성은 대단히 중요했다. 현대자동차는 1980년대 후반에 소형차 엑셀을 앞세워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정부 및 정부가 통제하는 은행들은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점차 커지는 손실을 견디도록 도왔다. 길고도 긴 투쟁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창립한지 24년이 지난 1991년이 되어서야 알파라는 진정한 최초의 자체 개발 엔진을 생산했다. 연이는 전투를 통해 국제시장을 개척할 발판도 마련했다. 가령 유럽의 경우 한국 정부는 자국업체를 보호하려는 프랑스 정부에게 한국 차를 사주면 고속철도사업에서 TGV가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열차와 자동차 부문의 상충하는 이해득실을 따진 후 마침내 연간 2만 대로 수입 쿼터를 정했다.


392쪽


빈국이 효과적인 토지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치명적인 부채 위기 없이 오랫동안 연간 7~10%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농민들에 대한 농업지도 및 유통 지원과 결합된 획기적인 토지개혁은 정치적 의제로 올라 있지 않다. 대신 1980년대 이후 세계은행은 micro-finance를 홍보하면서 거의 돈이 없는 농촌 빈민들이 상품을 서로에게 팔 가판대를 세우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땜빵식 개발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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