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루야마 겐지/김난주 역] 나는 길들지 않는다(2014)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5. 7. 25. 14:58

본문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과 에세이 통틀어서 처음 읽어본 책이다. 이런 자신의 주관성을 이렇게 강렬하게 드러내는 솔직한 글쓰기는 참 오랜만이다. 이십대 초반이었더라면 이런 식의 화법에 꽤나 기분나빠했을텐데 지금은 이런 사람이 반갑다.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근대적인 개인은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유형의 사람이기에. 사람들이 듣기 불편하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돌직구들을 던지는 마루야마 겐지 자신의 글쓰기가 그가 이 책에서 계속 설명하는 '자립한 젊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인간의 역사는 이런 '야생적인 자립한 개인'들이 비루한 신체와 의존적인 정신상태로 조직을 이룬 다수의 노예와 소수의 지배자로 이뤄진 집단에게 끊임없이 패배해온 역사이다. 그 패배는 몇몇 국지전에서의 승리를 통해서 잠시 유예될 수 있었지만 긴 흐름에서...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수렵민인 호텐토트족(부시먼)들이 땅딸막한 반투계 농민들에게 밀려서 칼라하리 사막으로 쫓겨나고, 아이누족들이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밀려서 홋카이도 북단으로 밀려났다. 이는 세계 도처에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개인으로 독립한 자유민의 탄탄한 말벅지와 유연한 두 팔로도 정착 농업이 주는 생산력 증대를 통해 수를 불리는 대신 곡물 위주의 부실한 식사로 키도 작고 각기병으로 고생하는 열 명, 스무 명의 겁쟁이 농민들의 창 끝을 막아낼 수 없었다.

게다가 항상 이동하며 식량을 찾아야 했기에 아내가 젖먹이를 품에 안고 있을 때 나머지 아이는 자기발로 걸어서 부모를 따라갈 수 있는 네 살 터울로 아이를 낳아야했던 수렵민(그래서 불가피한 영아살해가 행해졌다.)들은 '자립한 젊음'을 버린채 굴종하는 노예적 삶을 살면서 대를 잇는 일 정도로 수컷임을 과시하며 자기 위안을 했던 정착민들에 비해 인구 측면에서도 불리했다.

가끔은 칭기스 칸의 시대처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다 들어갈 10만의 정예병력으로 유라시아를 휩쓸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개인들이 그렇게 무리를 이루는 건 자신들의 삶의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몽둥이로 머리를 내려치는 듯한 매력 때문에 마루야마 겐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