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루야마 겐지/김난주 역]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2013)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5. 8. 2. 18:05

본문

 

 

 

정말 잘 읽히는 책이다. 내가 단어들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엮어 문장을 읽어내려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맞은편 탁자에서 매서운 눈매의 저자가 내 귀에다 대고 고함을 치는 느낌이다. 적당히 맞장구치며 공손한척 일장연설을 듣다보면 어느새 책 한권을 다 덮게 된다. 원래 두꺼운 책도 아니지만 일관된 주제의 변주로 진행되다보니 한 권 읽는데 40~50분 정도면 충분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나는 길들지 않는다>랑 겹치는 내용도 많고.

 

저자의 단정적인 생각에 모두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생각이 맞는 부분에서 그가 시원시원하게 질러줄 때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무척 유쾌했다. 칠순 아저씨의 막말에 가까운 돌직구지만 본인이 그만큼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고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요원한 개인주의의 가치를 철처히 체득한 사람으로서 하는 말들이라 '꼰대질'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

 

20쪽

 

오로지 자식을 어엿한 성인으로 키우는 것만이 목적인 부모는 너무도 적다. 더 나아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네 힘으로 살아가라고 진지하게 가르치고, 자신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테니 네 인생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부모는 더욱 적다.

 

54쪽

 

그런데 막상 선거철이 되면, 갓난아기는 물론 강아지에게까지 애교를 떤다. 온갖 사람과 악수를 하고 엉터리 노래까지 부르는가 하면 무릎 꿇고 울면서 애원하는 짓까지 거리낌 없이 해댄다. 이런 작자들이 그 대가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순수한 봉사라는 명예만을 바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고귀한 이념을 위해 그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선거전을 펼쳤을 리가 없다.

 

104쪽

 

노동자라는 호칭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 실질적인 처지는 바로 노예이다. 폭력으로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자진해서 노예의 처리를 선택하다니,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인사이동, 전근, 배속, 출세 등 모든 것이 상부의, 거의 말조차 나눠 본 적이 없는 타자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굴욕적인 신분인데, 어디에 자유가 있다는 말인가.

 

틀림없는 자신의 인생인데도 그 대부분을 좌우하는 열쇠를 얼굴조차 모르는 남이 쥐고 있다는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업신여김을 당할 뿐인 비참한 신분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가. 그럼에도 일개 독립한 인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162쪽

 

이른바 진심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딱 일치하는, 연애의 핵심이며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을 싹 무시하고, 자신이 혹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는 연애 놀이는 몇 번을 한들 행복이라는 종착역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런 연애는 분노와 절망만 남기는, 어리석은 행위의 반복에 불과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