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씨가 책을 낭독해주는 팟캐스트 <책 읽은 시간>을 통해서 <이모>라는 단편을 들었고, 회사 동료분도 추천해주셔서 보게 된 책입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발표했던 일곱 편의 단편을 모았는데 <안녕 주정뱅이>라는 작품은 없네요.
단편들이 최인석씨의 장편 <연애, 하는 날>처럼 한국사회의 특징을 잘 포착해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술을 많이도 마셔대지요.
그런데 마셔대는 술의 양에 비해서 음주 문화는 왜 빈곤한지. 이 단퍈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술을 마셔대지만 음주 자체를 즐기는 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각각의 단편에 나오는 술 마시는 등장인물들이 뭉뚱그려서는 설명하기 힘든 이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인 이유를 실 뭉치에서 한 오라기씩 실을 풀어내듯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같은 시간 한 술집에서 똑같은 술과 안주를 같이 먹고 있어도 인간군상들의 감정상태는 천차만별이죠. 혼술도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른건 마찬가지고요.
나름 좋은 책을 찾아읽던 독서습관이 고교시절 새벽 4시 20분 기상해서 자정이 지나 12시 50분 취침이라는 학내 기숙사의 강행군때문에 양판 무협&판타지소설로 망가져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저는 술도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라이터라는 신기한 장난감의 기능을 알게된 이들이 일없이 촤륵촤륵 라이터를 켜보는 이유가 같지 않을까요? 다들 매번 멘탈이 강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봄밤>과 <이모>, <카메라>가 좋았습니다. 셋 다 단편 영화 작품으로 좋고 한 데 모아서 술에 대한 옴니버스 작품으로 만들어도 좋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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