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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국가의 사생활(2009)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17. 1. 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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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유석 판사님의 페북글을 통해 이 소설을 추천받기 전까지 이응준 작가님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습니다. 문판사님의 추천 글이 훌륭해서 궁금해지더군요. 영미권 작가들의 수상작품 위주로만 읽기도 벅차지만 남북통일 이후의 이 땅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영미권의 대가들이 써줄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동안 남북통일 이후를 다룬 소설은 밀리터리 소설이나 <강안남자>로 유명한 이원호씨의 <밤의 대통령>(다뤘다고 말하기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ㅎㅎ) 정도 밖에 읽은 기억이 없거든요. 통일 즈음이라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아니지만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 정도로라도 통일 이후를 시뮬레이션 해본 기성 작가의 작품을 들어본 기억이 없었거든요. 소위 통일문학이란 분야가 존재하지만 걸어놓은 이름만 통일문학이지 실상은 분단문학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 이응준씨는 시로 등단해서 세 권의 시집을 출판했고, 소설집 네 권, 장편소설 네 권을 펴낸 데다 자신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서 국제영화제까지 출품했던 분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소설이지만 러닝 타임 세 시간짜리 블록버스터 영화 시나리오 혹은 창사특집 대작 드라마 대본을 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상업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화면들을 묘사한 느낌을 주는 부분들도 많았고요. 아마도 이 책을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보려는 사람들이 이미 일을 하고 있을 듯 싶습니다. 영화로 옮길 때는 결말을 좀 더 해피엔딩으로 바꿔야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더군요.

 

이 작품을 두고 흠을 잡자면 몇 마디 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말대로 ‘21세기의 한국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센 이야기를 가장 위험한 칼끝으로 점묘’한 공덕을 보고서 굳이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2009년에 나왔고, 소설 속 배경은 2016년이지만 지금 읽어도 위화감이 들진 않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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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순진한 자들은 타인들이 자신처럼 행동할 거라 착각하는 부류다. 순수한 자들은 타인들이 자신처럼 행동해야 옳다고 화가 나 있는 부류다. (중략) 순진한 바보는 핀이 뽑힌 수류탄보다 위험하고 순수한 악마는 신에게 대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법이니까.

 

41쪽

 

통일 대한민국은 현상 유지는커녕 도산하지나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심중에서 진짜로 겁내고 있는 바는 이 애처로운 발버둥조차 완전히 정지해 버리는 시점 그 이후였다. 그때부터는 과연 얼마나 극악무도한 일들이 일어나갈까? 모두들 아직은 비극의 서막도 채 끝나지 않았다는 데에 동의하며 기다려선 안 되는 것들을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다.

 

55쪽

 

오남철과 장군도령은 서로의 보색이었다. 둘은 합쳐지면 검은색으로 변해 버려 그 안쪽을 도통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157쪽

 

회사원들은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를 중요시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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