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언 브레머/박세연 역] 리더가 사라진 세계(2012)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17. 3. 19. 23:21

본문

 

망치님의 잉여공장 추천리스트인 이언 브레머 교수의 2012년 저서입니다. 원제 <Every Nation For Itself>와 번역본 제목 <리더가 사라진 세계> 모두 괜찮네요.

 

오늘 국제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왕이 외교부장과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이의 외교장관회담 기사나 어제 폐막한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보호주의 배격문구가 빠졌다는 소식이 보입니다. G7G8 네이밍을 이어받아 G2G20라는 표어가 흥한 이유이지요.

 

하지만 이언 브레머 교수는 향후 몇 년간은 어떤 단일 국가나 동맹도 글로벌 리더쉽의 책임을 떠맡지 못하는 ‘G제로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이지만 이언 브레머 교수가 분석한 대로 미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하여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고, 지역 강대국들과 국제기구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보여줬던 지리멸렬했던 리더쉽을 이미 통찰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시민권 지대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국민들은 자국의 지도자에게 일자리를 지키고 보호주의를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고, 국방예산 절감에 대한 압력도 높으며, 해외파병 등을 통한 신속한 외교력 투사에 대한 지지는 갈수록 인기를 못 얻고 있지요. 푸틴이 세바스토폴에서 벌인 무력시위와 시리아 난민사태를 겪고서도 NATO 예산이나 국방예산 증액에 전전긍긍하며 다른 나라 눈치만 보고 있는 EU국가들이 가장 좋은 사례이지요.

 

저자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미국의 추락까지장을 통해 미국 정부가 추동한 세계화긔 흐름으로 인해 미국의 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신흥세력 들이 성장하여, 더 이상 미국이 단극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과정을 요약하면서 G제로의 세계가 도래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슬프게도 브레머 교수는 앞으로 가장 충돌의 위험이 높은 곳을 아시아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분쟁 지역도 많고 신흥 세력의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강력한 국가들은 많은데 협력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브레머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미국과 안보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선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제적 영향력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중국이 그런 나라들에게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요.

 

남사군도 해상에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에 대한 필리핀의 해양법 재판소 제소와 그 결정에 대한 중국의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 금지와 주한미군의 한국 내 싸드 배치에 대한 전세기 운항신청을 불허한 중국 민항국의 결정, 한국여행상품 취급을 금지한 여유국의 행정지도, 한국드라마 수입 등 연예분야의 교류를 중단시킨 광전총국의 결정을 보면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각국 정부들은 석유와 가스, 금속, 광물, 심지어 농산물까지도 외교 정책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 브레머 교수의 예측대로 된 셈입니다.

 

다만 G제로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이야기하면서 힘의 공백 상태에서 성장할 중심축 국가(Pivot State)’를 잘못 고른 것 같더군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같은 내륙국은 폴 콜리어 교수의 밑바닥 10에 가까운 것 같은데 말이죠. 브레머 교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킴벌리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평했던 폴 콜리어와 달리 무가베의 다이아몬드를 사들이는 등 무력화되었다고 보고 있기도 하고요.

 

브레머 교수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장인 앞으로 세계 질서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는 267페이지의 그림과 같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도해하는 능력 부럽네요.) 이 부분은 책을 직접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나라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칠 문제이니까요.

 

브레머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대만만큼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노출국가(Exposed State)입니다. 미국의 힘과 동맹국들을 지키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의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죠. 아베정권의 일본처럼 확고한 동맹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고,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한미동맹의 고수에 대해 일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의 북핵정책이 북한의 비핵화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핵보유를 인정하고 운반체 개발 및 핵확산의 방지로 전환될 것인지 여부도 불확실하고요. 대선 관련 소식보다 오늘 왕이와 틸러슨의 회담결과가 더 중요한 뉴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대우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의 정권 교체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검색해보니 관련 기사가 있긴 하던데 이런 뉴스들이 묻힌 걸 보면 언론이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

 

135

 

20116월 당시 미 국방장관 리온 파네타는 상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의 진주만은 아마 우리의 전력 시스템, 그리드, 안보와 금융, 그리고 정부 시스템을 파괴할 사이버 공격이 될 것입니다.”

 

180

 

2008년 한국의 대우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벨기에 국토의 절반에 이르는 농지를 임대해 옥수수 경작 사업을 시작하자, 지역 사회의 분노가 고조됐다. 이는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277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두 세력들 사이에 지속가능한 다차원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던 전례는 역사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두 세력이 전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중국이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하거나 국가자본주의를 포기해야만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장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31


 

책은 에세이와 같아야 한다. 에세이는 논평과 같아야 한다. 논평은 블로그 포스팅과 같아야 한다. 블로그 포스팅은 트윗과 같아야 한다. 그리고 트윗은 여태껏 한 번도 티윗되지 않은 새로운 글이어야 한다. (저자의 감사의 말 서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