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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르 샤르마/서정아 역] 브레이크아웃 네이션(2012)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17. 4. 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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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은 모건스탠리에서 15년 넘게 일해 왔고 이 책을 펴낸 2012년 당시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이었던 인도계 루치스 샤르마가 앞으로의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할 신흥국들을 분석한 책입니다.

 

학자들이 쓴 책과 같은 통찰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2012년 시점에서 경제지에 실리는 신흥국에 대한 기획기사들을 한 사람의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전 고등학교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폴 케네디 교수의 <21세기 준비>와 비슷한 느낌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강대국의 흥망>에서 일본의 부상을 예측했다가 빗나가긴 했지만 <21세기 준비>에서 폴 케네디 교수는 21세기에 가장 대비가 잘 된 국가로 한국을 꼽았었지요. 그 당시에 저는 이 할아버지가 한국을 참 모르네 하고 어이없어 하며 읽었는데 근 20년 후에 보니 폴 케네디 교수가 맞았죠. 육민혁님께서 쓰신 <글로벌 금융탐방기>와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저자 루치스 샤르마 자신이 말하듯 5년 이상의 장기 전망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펴낸 2012년에서 5년이 지난 2017년 시점에서 저자의 예측을 점검해보며 읽으니 재미이었었습니다.

 

저자가 필리핀을 가능성 있다고 본 점이나 칠레를 빼놓은 건 의문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책이 나온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을 신흥국에서 가장 유망한 금메달 주자로 봤던 점이나 중국경제의 투자추세와 소위 당시 바람이 불었던 브릭스(BRIC)에 대해서 유보적으로 보면서, 2012년 기준으로 멀지 않은 시점에 원자재 버블이 꺼질 것이고, 세계경제는 평균적으로 연간 3%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거시적인 시각은 대부분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뭐 북한의 주민들을 통일이 되면 곧바로 산업에 투입될 수 있는 잘훈련된 인력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기본적인 이해력이 의문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수십 개의 신흥국을 챙기는 입장에서 인상비평으로 인한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나름 잠재력있는 신흥국으로 평가받는 각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약점, 잠재적인 기회와 취약한 리스크 등 분석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OECD통계나 산타크로체님의 포스팅에서 본 현재의 그 나라의 상황하고 비교해보니 더 재미있네요.

 

터키의 에르도안이 집권하게 된 과정과 경제발전을 추진한 전략과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에 대한 제8장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이 2012년 당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과대평가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도 인상깊었고, 세계적으로 볼 때 아주 성공적이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역부족으로 뒤지는 은메달리스트 대만의 한계도 잘 포착하고 있었습니다.(2012년엔 이미 이런 인식이 퍼진 상태였는지 저는 잘 몰라서요.)

 

또 두바이의 신기루가 꺼지고 민낯이 드러난 중동의 산유국들은 정말 암담해 보이네요. 아람코의 상장과 같이 마지막으로 아껴둔 카드까지 다 써버리면 세금도 안걷고 팔 물건이라고는 석유와 천연가스밖에 없는 생태학적 한계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이 어떻게 지탱할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리라 생각은 안하지만 황금의 샘이 종말을 맞이하면 이 지역의 정치적인 파국이 미칠 세계적인 영향이 어떨지 아득하네요.

 

물론 금메달리스트 한국도 산적한 문제들이 많지만 이제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기업이 뇌물을 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개발독재 모델의 승계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퇴장했다는 점은 지난 5년 동안 성취한 뚜렷한 발전인 것 같습니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총투자율이 낮고, 그 중에서도 도로, 철도, 항만 등에 투자된 비중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낮은 국가들이 노동과 운송비용이 높아 국제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고 그 결과로 경제성장에도 제약이 되고 있는 걸 보면 SOC 투자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을 보니 푸틴의 러시아가 석유, 천연가스, 광산 등에 의존하는 국영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제조업과 금융업의 취약성은 여전한 것 같아 제가 러시아의 존재감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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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개정된 (브라질)헌법은 무상 보건과 무상 대학교육을 보장해주었다. 또한 최저 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근로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큰 정부가 나쁜 정부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정부 지출이 1인당 국민소득의 추이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나라 일부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반값등록금,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등의 정책들하고 비슷한데 과연 재원마련 방안은 있을까요? 참고로 브라질은 이렇게 됐습니다,)

정부 규모가 확대된 데 따른 비용을 추당하기 위해 세율을 올렸고, 그 결과 세금부담이 신흥국에서 가장 높은 GDP 대비 38%에 이르렀다. 이는 노르웨이나 프랑스 등 유럽 복지국가의 세금 부담에 맞먹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에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부담이 이처럼 과중하다는 것은 기업이 첨단기술이나 직원교육에 투자할 돈이 부족하고, 그 결과 산업의 능률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163

 

러시아는 2007년 연금 지급을 대폭 늘려서 실질 임금 대비 연금지급액 비중이 25%에서 40%로 급증했다. 현재 러시아 국민 절반 이상이 국가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다. 그중 40%가 사회복지수당 수급자이며 12%는 정부공무원이다. 경제에서 국유부문의 비중이 자그마치 50%에 이른다.

(이런 은혜를 베풀었으니 그동안 푸틴을 열렬히 지지할만 하네요. 그런데 지속가능해보이지 않습니다.)

 

244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을 파악하는 규칙 중 하나는 제1도시와 비교해 제2도시의 규모와 성장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면적이 큰 나라의 제2도시라면 제1도시 인구의 30~50% 정도가 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인구비율은 그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지역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266

 

금융위기가 임박하면 자금이 세 단계에 걸쳐 이탈한다. 먼저 대형 투자자들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돈을 이전한다. 신흥국들 대부분에 자본 유출을 규제하는 법규가 있기 때문이다. 비공식 경로를 이용한다는 말은 자본 이탈 사실이 해당 국가의 국제수지에 표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제수지 보고서를 보면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오차와 누락이라는 포괄적인 항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 번째 이탈자는 외국인 채권자들이고, 세 번째 이탈라자는 현지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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