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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플란/이재규] 승자학(2001)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19. 3. 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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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시점에서 국제정치를 논평한 책을 굳이 지금 봐야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긴 했지만 로버트 카플란의 명성과 절판본이라는 매력으로 읽은 책. 그의 첫 책을 <지중해 오디세이>로 봐서 진가를 몰랐었는데 카플란의 명성이 괜한게 아니구나.

 

만렙 궁극기를 찍은 언론인다운 지적인 아우라가 뿜뿜. 특히 앞부분 30페이지의 필력이 끝내준다. 국제정치학의 고전이 될만한 책이다.

 

학부시절에 정재호 교수님의 <국제정치학 입문>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외교이론의 양 갈래인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를 6대4 정도의 비중으로 이해했는데, 겉핥기로만 배운 티가 난다. 현실의 국제정치에서는 양자의 비중이 95대5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할 수 있었다.

 

번역판 제목 <승자학>은 그 의도를 알기 힘든데, 원제는 <Warrior Politics>다. 먹물 나부랭이들 말 듣지 말고 전쟁터를 전전한 고참병의 조언을 들으라는 뜻인듯.

 

카플란은 중국의 손자와 투키디데스부터 홉스와 맬서스 등등 여러 사상가들의 메시지를 발췌해서 주석과 함께 모아 이미 정점을 지난 초강대국 미국의 정치인과 외교분석가들에게 비대칭적 위협의 시대에 맞는 현실주의적인 외교관을 강조한다.

 

카플란이 바랬던 이 책 출판 이후의 미국 대통령의 이상형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었던 것 같고, 미국의 과거 대통령 중에서는 공화당의 레이건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실제 미합중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라 카플란이 주문했던 천조국 황상에 대한 기대는 무산된 셈이고.

 

읽으면서도 문장들에 담긴 깊이를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시칠리아를 점령하기 위한 무리한 공세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의 패망을 불러왔던 것부터 고금의 전례를 참고할 때, 이젠 체력 안배를 해야하는 미국이 중국과 북핵문제를 제2의 플라자합의와 우크라이나의 핵무장 해체처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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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민주주의는 안정된 조직이 확립되기도 전에 먼저 지도자들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불확실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랍 세계가 민주화되어야만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지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이집트나 시리아 같은 나라들이 자유화되면 극단주의자들을 방면할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중동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24쪽

 

능력주의 또한 인간의 공격성에 기름을 붓는데, 그 이유는 능력주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야심을 성취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절망적인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작업현장, 기업, 정부, 그리고 매스컴에서도 흔히 본다. 그러므로 기술의 진보 결과, 앞으로 국가들 사이에 그리고 다른 여러 정치 집단들 사이에 그 관계가 한층 더 조화롭게 혹은 현명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26쪽

 

이 책은 무엇을 생각할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지에 관한 책이다. 나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자연적 결과로서의 정책에 대해 쓰고 있다.

 

90쪽

 

마키아벨리의 지혜의 핵심은 본능적 필요와 이기심이 정치를 이끌고 가고, 그리고 그것 자체가 선한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엄격한 도덕적 요구는 다른 것들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 전쟁이나 내전을 일으키는 반면, 상충되는 이기심들은 타협의 기초는 마련하기 때문이다.

 

138쪽

 

21세기의 현실주의는 부정(unjust)을 처벌하기 위한 권력 사용권을 독점할 세계적 리바이어던이 없는 홉스적 세계에 어울린다. 비록 세계 최강이지만, 미국은 오직 경우에 따라서만 부정을 처벌할 수 있을 뿐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중국과 같은 지역적 패권국들을 다루기 위해 영구적으로 과잉 개입하게 될 것이고, 또한 소규모 전투에 영구적으로 말려들 것이고, 그 결과 힘은 꾸준히 줄어들 것이다.

 

193쪽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미국문명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기술 및 과학분야의 관료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과 더불어 정치가들은 고립주의를 택할 때 한층 더 안전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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