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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앨리슨/정혜윤 역] 예정된 전쟁(2017)

독서일기/국제정치

by 태즈매니언 2019. 2. 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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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에 쫓기다보니 500페이지 넘는 책도 참 오랜만에 봤다. 홍박사님등 여러 페친께서 추천하신 이유가 있더라.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을 통해 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와 도광양회 유시가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중국몽으로 변화했는지 이해했고, 윌리엄 페리의 <핵벼랑을 걷다>를 통해 패권국가 간의 핵무기의 국제정치학을 접한 상태로 일종의 '응용역사학'이라 자처하는 이 책을 보시길 추천한다.

 

다 읽고 나니 작고한 리콴유가 직접 쓴 책과 리콴유를 인터뷰한 책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아시아적 가치 운운때문에 꼰대스럽게 느껴졌는데 아시아의 대현인이었던 듯. 시어도어 루스벨트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시진핑이 중국의 시어도어 같다는 저자의 분석이 흥미로웠고.

278페이지부터 나오는 '경제적 갈등에서 무력 전쟁으로' 챕터는 이 책이 출판된 2017년 이후 현재까지의 전개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어서 전율이 일 정도였다.

 

신흥 세력의 도전과 이에 대한 패권국가의 두려움이 빚어낸 국제정치 상황인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착안한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요약한 좋은 글들이 많으니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덮고 나니 통일에 대한 반대 신념이 더욱 굳어졌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차라리 절대 남쪽으로 쏠 일이 없는 핵무장을 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사는게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의 중국과 이웃해서 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냥 지금처럼 핵동결 상태인 분단국으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만약 북핵위기가 해결된다면 제1도련선 안쪽 중에서도 베이징과 바로 이어져 있는 황해 앞바다에서 한미 연합사령부가 계속 팀스피리트훈련을 개최할 수 있을까? 특히 중국이 남사군도에 미사일기지와 해군기지 라인을 완성하고, 대만을 굴복시키고 난 이후에 제1도련선의 완성을 위해 우리나라에 가할 압박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어도 KADIZ 침범 정도는 어린애 장난처럼 보일 무지막지한 행동들을 거침없이 자행할 것 같다. 북핵 위기가 해결된 이후의 한반도가 상대적인 국력이 쇠퇴해가는 미국에게 핵심이익 지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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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정보국은 외국에 나가 살게 될 몇몇 개인들과 은밀히 관계를 맺어서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딮 슬리퍼(deep sleeper)'는 그들을 지칭하는 은어다. 그들의 핵심 임무는 외국에서 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과 정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국은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이 직업상 하는 일을 도와주고 그들은 정보국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지에 관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전한다. 정보국의 요청은 아마 10년에 한두 차례 정도로, 그렇게 잦지는 않다.

 

193쪽

 

시진핑은 최고지도자의 신뢰성은 궁극적으로, 군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료 시민을 쏘게 만들 수 있는 명령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음을 알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운명에 대해서 토론하면서 그와 리콴유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303쪽

 

만약 영국의 지도자들이 1861년에, 미 대륙에서 부상하고 있는 한 패권국이 영국의 핵심 이익에 참을 수 없는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더라면, 미국의 남북전쟁에 남부연합 측을 도와서 미국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줄여놓는'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영국 전 총리 솔즈베리 경)

 

323쪽

 

14억 인구에 5,000년의 역사를 지닌 문명이 극적인 부활을 하고 있는 마당에 '해결책'이란 게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그냥 하나의 조건, 그것도 한 세대 내내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장기적인 조건이다.

 

352쪽

 

중국과 미국은 수동 공격성을 띠는 '규범에 충실한 외교'나 지정학적 규범에 관한 고상하게 들리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할 때 가장 공평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위험도가 큰 관계에서는 우호성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는 미국이 '본심을 숨기고 가식적인' 태도로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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