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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 황하에서 천산까지(1999)

독서일기/중앙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17. 8. 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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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님께서 추천해주신 김호동 교수님의 역사에세이. 교수님의 역작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를 읽은지 며칠 안 지나서 이 에세이를 읽어서 더 울림이 크네요. 요 며칠 광복절을 맞아 양산형 판타지 혹은 포르노처럼 쏟아지는 일제 강점기 역사와 관련된 보도와 주장들을 보다보니 피로해진 마음을 정화하기에 좋은 책이었고요.

 

술과 음식의 궁합 마리아주처럼 학자로서 연구한 내용을 엄밀하게 풀어놓은 걸 읽고서 기록을 통해 소통한 옛사람들과 현지를 답사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감성적인 수필의 순서로 읽지 않았더라면 너무 세세하고 친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쓴 에세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황하(河 자체가 원래 황하를 일컫는, 江은 장강을 뜻하는 고유명사였다고 함) 근역부터 곤륜, 천산에 걸쳐 살고 있는 네 민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때는 강성했던 티벳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 네 민족들이 중화(中華)의 압력을 받아 겪은 수난의 역사 중 일면과 지금 현재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후손들의 모습을 같이 다루고 있는데 현실 정치의 권력다툼이나 개인적인 공명심의 불쏘시개로 역사를 운운하는 글들에 비하면 참으로 고아한 글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저자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노파심이 느껴지는 짤막한 미치는 글에서도 대학자로서의 기품을 느낄 수 있었고요.

 

페이지 수에 비해서 책값이 좀 비싸긴 했지만 종이질과 선명한 컬러 지도와 사진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납득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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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쪽

 

그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선조들이 남긴 글을 읽으며 나는 그들의 현재에 대해 어떤 애정이나 연민 같은 것을 느꼈고, 나의 연구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그들에 대한 연구가 나 자신의 밥벌이를 위한 방편이나 지적인 탐구 자체로 끝나 버린다면 거기에 무슨 생명이 있을까. 역사학이 과거 인간들의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거기서 주체가 되는 인간에 대한 공감이 없는 역사학은 결국 논리의 왕국 안에 쌓아올린 거대한 신기루 궁전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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