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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2010)

독서일기/중앙아시아

by 태즈매니언 2019. 9. 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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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싶을 때는 영미권 학계에서 거장으로 꼽는 분들이 쓴 교양서를 보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꺼리는 종류의 책이 강연을 모아서 펴낸 책인데, 4회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대가의 전달력있는 표현덕분에 오랜만에 학부 교양강좌를 들은 것 같네요.

 

저는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역사에세이 <황하에서 천산까지>를 인상깊게 보긴 했지만, 김호동 교수님이 이렇게 대단한 분인지 몰랐습니다.

 

무려 10개 국어를 구사하시고,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가 발간할 예정인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책임편집자를 맡고 계시는 분이시라네요.

 

저도 몽골사나 중앙아시아사에 대한 세세한 교양 지식들은 귀동냥하긴 했는데, 세계사에서 몽골제국시기의 유라시아를 이해하는 관점은 제가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배우던 시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구요. 제 관점이 적어도 학계 기준으로 50년은 뒤떨어진 시각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이 단순히 실크로드의 경유지가 아니었고, 실크로드의 교역은 각 지역권의 국제상인들이 릴레이식으로 연결된 네트웍이었다는 점, 서방의 4개 칸 국을 독립국으로 봐야 하는지? 몽골제국의 4단계 민족등급제가 과연 사회신분적인 서열이었는지. 팍스 몽골리카 시대에 유라시아를 횡단한 여행자들의 기록이 새로운 지리적 인식을 촉발하여 대항해시대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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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쪽

 

과거에 흔히 운위되었던 '정복 왕조'라든가 최근 자주 오르내리는 '대중국'이라는 표현에는 미묘한 개념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즉 '정복 왕조'이든 '대중국'이든 모두 중국이라는 역사의 권역 안에서 논의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원'과 '대청'은 내륙아시아에서 발원한 정치세력이 중국을 정복하고,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그 안에 흡수 포용하면서 발전한 제국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중국사'의 영역을 넘는 역사세계를 전제로 논의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101쪽

 

일반적으로 유목국가의 형성과 구조를 설명할 때 '부족 연맹체' 혹은 '부족 연합국가'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것이 과연 역사적 현실과 얼마나 부합되는가는 심각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칭기스 칸의 국가건설의 원동력은 혈연과는 무관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연맹관계 속에서 나왔으며, 그러한 관계는 그 후로도 제국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게 된 것이다.

 

159쪽

 

'색목인'이란 '눈에 색깔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제색목인'의 준말로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집단으로는 티베트, 위구르, 킵착, 캉글리, 알란 등이 있었고, 이란, 아랍 계통의 무슬림들도 많았다. 유럽인들도 없지는 않았으나 다수는 아니었다.

 

228쪽

 

<집사>는 이러한 정보들을 통합하고 연관시켜서 서술함으로써 각 지역의 역사를 '싱크로나이즈'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라 부를 만한 획기적인 서술방식인 것이다. 라시드 앗 딘의 이러한 '세계사'적 지향은 <집사> 제2부에서 가장 분명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중략)

라시드 앗 딘이 이처럼 '최초의 세계사'를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몽골제국이 성취한 정치적 통합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의 지식과 정보가 수집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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