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업계 사람들의 책을 읽다보니 민선 울산 동구청장을 지냈던 민주노동당계 정치인의 택시기사 생활 수기도 보게 되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치렀던 2012 총선 패배 이후 1년 동안 법인택시 기사로 일한 경험담을 모아낸 책이다.
이미 처음부터 1년을 약정하고 택시운전을 하셔서 인지 택시산업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내용을 얻지 못했다. 하다못해 본인이 일했던 종업원지주회사로 운영되는 택시회사조차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어하는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저 수익금공동관리제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원해서 여타 대중교통수단에 준하는 정부지원을 해달라는 것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1년 동안 법인택시 기사로 생활을 하셨는데도 택시기사 전액관리제에 의한 월급제를 택시정책으로 강조하시는걸 보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분인 것 같다. 택시운전에 종사했던 국회의원인 박계동씨가 2015년 협동조합 택시 사업모델을 선보인 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더라. 평생을 386 진보정치인으로 살아오셨으니 가치관을 크게 바꾸기는 힘들었겠지만...
(그런데 박계동씨도 올해 4월말 이사진을 가족 등 친지로 구성,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외부감사 요구 거부 등의 사유로 조합 비대위 의결에 따라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에서 해임되었다.)
워크아웃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가 퇴사 후에 현대중공업 훈련원에 들어가 용접을 배워 하청업체 신참으로 LNG선 용접일을 시작한 30대 후반 가장 택시승객의 에피소드는 이 책이 나온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감원바람을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 성실한 분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실까?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의 가치를 낮춰보는 일부 586 정치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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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맞춘다'는 말은 기사들에게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넘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사납금을 넘어서야 마음 부담이 없어지고 여유 있게 일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안 될 때의 불안과 초조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사납금 때문에 빨간 신호등이 파랗게 보이고 차선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고 길거리 행인들이 모두 손님으로 보인다.
하루 열두 시간 열심히 일했는데 쉬었다고 하니 나는 정치에 몸담고 있어야 뭔가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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