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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2019)

독서일기/교통

by 태즈매니언 2019. 5. 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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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기자님의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긴 답변이다.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그 에너지 체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제1부) 그리고 '왜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가?'에 대한 설명(제2부)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Fuel Cell EV)는 배터리전기차에 비해 사람들에게 직관적이지 않다. 내 또래만 해도 타미야사나 아카데미과학에서 발매한 제품들을 직접 조립해보면서 블랙모터와 AA건전지 두 개로 신나게 달리는 미니카를 가지고 놀아본 세대이다.

반면에, 수소연료전지는 아무리 수소폭탄하고는 전혀 그 원리가 다르다고 설명해도 머리 속에서 와닿지 않는다. 학교수업 때 물을 전기분해 하면 산소와 수소로 나눠진다고 배우긴 했지만 열약한 실험실 설...비때문에 실제로 내가 해보면서 눈으로 본게 아니라서. --;

1부를 읽으며 배터리식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는 석유의 대안이 될법한 에너지와 수송체계까지 포괄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수소경제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은데, 단편적으로만 들었던 정보들이 에너지 체계의 대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가지는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다.

1부도 좋았지만 2부가 꽃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의 내용은 다른 책들과 겹치기도 하겠지만 2부는 아마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도 접할 수 없을 테다. 1부를 읽다가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146페이지로 점프하셔도 된다. 2부를 안읽고 책을 덮는 건 너무 아까우니.

2부를 읽고서 왜 이번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FCEV 양산에 성공한 것의 산업정책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집단 오너의 결단력과 연구자들의 추진력, 협력업체와 산학연 연관집단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FCEV 개발스토리가 소설보다 감동을 주고, 덤으로 국뽕 한 사발 거하게 들이키는 뿌듯함을 선사한다.

FCEV가 미래의 모빌리티 차량 시장을 장악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의 현대자동차와 FCEV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들을 지금의 삼성전자와 그 1차 벤더에 버금가는 전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높다는 사실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권순우 기자의 조곤조곤한 설명을 들으며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개발했을 때를 떠올리며 현대자동차의 2013년 투싼ix 양산, 2018년 넥쏘 양산의 의미를 음미해보자. 실현이 안되면 뭐 어떤가? 어차피 미래는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인데.

읽으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챕터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 투입된 좌충우돌 수소버스>였다. 정주영 회장이 만든 현대의 기업문화가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또 하나, 스스로 '하루살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기자들은 매일 데스크에 그 날 납품할 발제거리를 제안하고 평가받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수 년간 취재해서 이렇게 일반인을 위한 FCEV 설명과 현대자동차의 FCEV 개발기를 개인이 정리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을거다. 늘상 3개월~1년짜리 연구과제를 하면서도 차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틈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처지라 더 감탄했다.
(그러니 제발 이런 기자님까지 싸잡아서 기레기라고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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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쪽

유럽 대륙을 처음으로 누빈 한국 버스가 가솔린이나 경유가 아닌 1세대 수소버스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65쪽

넥쏘는 99%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특히 수소전기자동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연료전지 발전기에서도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금속분리판과 MEA의 원가를 독자 개발한 국내 기술로 현저하게 낮춰 수소전기자동차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278쪽

현대자동차가 밑지는 것 같은 협약을 맺은 두 번째 이유는 수소전기자동차 부품의 기술 표준 때문이다. 아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일원이다. 아우디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자동차 부품 기술을 채택할 경우 한국에서 개발한 수소전기자동차 부품이 아우디는 물론 폭스바겐이 향후 개발하게 될 수소전기자동차에 탑재될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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