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예 노예를 만들어라. 노예를 만들어서 데리고 살아. 정말이다. 노예를 만들어. 우릴 노예로 만들어줘. 그러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살 수 있을 거 아니냐. 노예가 아닌데 노예처럼 살려니까 정말 힘들다. 힘든 것도 모르는 노예로 만들어줘. 그러면 너희도 우리도 골치 썩을 일 없을 거 아니냐.”
최인석의 장편소설 <연애, 하는 날> 이번 방학에 읽는 마지막 책의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연애하는 날'이란 경쾌한 단어가 쉼표 하나로 인해 '연애'와 '하는 날' 사이에 긴장구도가 형성된다.
사랑이 담긴 따스한 연애를 꿈꾸지만 그 관계가 기껏 '하는 날'에 그치고, 파국을 맞게 되는 각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엉망이고 사랑하기 어려운 야만적인 공간인지 그 메스꺼운 트림 냄새까지 고스란히 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이런 소설 흔하지 않다.
꼬꼬마를 벗어나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나이에 연애를 이제 막 시작하는 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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