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3월. 3년간의 로스쿨 과정 동안 수험생활로 너덜너덜해진 제 마음과 몸의 건강, 마이너스 잔고로 남은 은행계좌를 들여다보다가 자전거와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습니다.
왜 꼭 바르셀로나였는지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안또니 가우디(1852~1926)의 건축물들이 거기 있다는 게 목적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구엘 공원, 까사 바뜨요, 성가족 성당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이게 외계인이 아닌 구한말 까딸루냐 사람의 머리 속에 있었던 조형물을 배치한 결과란 사실을 믿기 어려웠죠.
이 책은 안토니 가우디를 도와 성가족 성당 건축에 직접 참여했던 건축가 동료인 주셉과 프란세스크가 가우디의 사망 2년 후인 1928년에 출판한, 가우디의 생애와 건축에 관한 최초의 저술이라고 합니다.
문화불모지 세종시에서 얻기 힘든 번역가 직강의 기회를 앞두고 어제 벼락치기로 이 책을 읽었죠. 행사를 기획해주신 세종시 문화살롱 엘리펀츠의 Yang Jae Yi 건축사님 만세~!
(책가름줄이 두 개라 신기했습니다 ㅎㅎ)
어려웠습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봤다지만, 건축에 관한 교양서를 좀 읽어본 편인 문외한에겐 역부족이더군요. 내용의 1/10이나 이해했을까요?
그래도 오늘 들었던 (가우디가 다녔던 바르셀로나 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하신) 이 책의 번역가 이병기님의 세미나 덕분에 조금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공법이 1854년 논문으로 제시되었고, 나름 영국을 제외하고는 산업혁명의 세례를 일찍 받은 편인 스페인에 최초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생긴게 1900년이었다니. 가우디는 인류의 석조 건축문화를 장식한 최후의 인물이었군요.
구엘 공원 광장의 천장을 장식한 원형 채색 모자이크 장식을 만들었다는 '주셉 마리아 주졸'이란 건축가가 가우디의 사조를 이어받았고, 가우디 못지 않은 건축가라는데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오늘 세미나를 들으면서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 그리고 밖을 나서면 어디에나 있는, 가우디 이후의 시대를 지배하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다른 물성을 지닌 구조재로 만드는 현대 한국의 모더니즘 주택이 궁금해지네요.
건축재료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요즘 한옥에 꽂혀있다보니 중목구조 주택이 모더니즘 주택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의 뒤에 숨어 있는... 대들보와 같은 구조재의 사치스러운 사용, 습식공법, 단열 문제, 흙벽의 보수 등을 과거 그대로 감당하고 가야하는지.
저는 일본 에도시대 중목구조 전통주택의 아름다움과 합리성에 감탄하지만, 제주도나 남해안 지방이 아닌 지역이라면 10월말부터 3월말까지 1년 중 5개월이 넘는 한반도의 혹독한 겨울에 맞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서요.
제가 집을 지으려면 10년은 걸릴테니 그 전에 업계분들의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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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쪽
가우디가 사전에 두 차례에 걸쳐 구성해본 모형은 각 끈이 지지할 바닥면적과 끈의 길이를 통해 계산된 (구조체의) 무게가 그 끈과 함께 그려낸 건물의 다발현수선(polifunicula)을 이루었고, 두 개의 모형 중 첫 번째 것이 성가족 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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