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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요시후미/정영희] 건축가가 사는 집(2013)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9. 3. 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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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페이지가 넘고 컬러사진이 많은데도 정가가 1.6만원이라니. 건축가 자신이 건축주가 되어 자택을 설계할 때는 아무런 간섭없이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 지식과 경험, 감각 때로는 인생관까지 최선을 다해 남김없이 표현했을 것 같아 사온 책이다.

(삼일절에 일본을 가고싶었지만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못가고, 일본 건축에 대한 책을 읽는 나도 매국노니 욕하려면 욕해라.)

 

주택전문 건축가인 저자가 <이낙스 리포트>라는 건축계간지에 6년 간 연재한 24개 채의 집에 대한 방문기들을 모았다.

 

미타카 시에 있는 기노시타 미치로의 '도그 하우스', 삿포로 시에 있는 아카사카 신이치로의 '보통의 집' 두 채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책값은 뽑은 듯 싶다. 혹여 나중에 내가 단독주택을 짓게 된다면 '도그 하우스'를 변주한 집으로 짓고 싶다.

 

책에는 네 채의 주택을 번갈아 다니며 사는 건축가 부부도 나온다. 가족들이 각각의 주택에 나뉘어 살아가며 각자의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거나,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번갈아 체험하는 것도 장점이 많다. 내가 계속 지난 5년 동안 계속 세종시에서만 살았더라면 삶의 만족도가 엄청 떨어졌을 터라 이런 분거(分居)도 선택해볼만한 주거 방식 같다. 부자들이 괜히 별장을 두고 살겠나. 돈이 많이 들어서 문제일 뿐. ㅠ.ㅠ 로드사이클과 브롬톤을 같이 타는 것처럼 아파트와 단층 단독주택에서 분거할 수 있는 여유를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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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쪽

 

고바야시 씨는 안팎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건물에서 느끼는 극심한 추위와 찌는 듯한 더위가 얼마나 지독한지, 어느 정도로 상상 이상인지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설계자 본인이 이야기하는 건물의 실정인 데다 생활인으로서의 체험담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구체적이었습니다.

 

243쪽

 

하야시 선생은 자신의 책을 통해 "설계는 내가 앉을 곳을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코너를 '주방 겸 식당 겸 서재 겸 난로가 있는 라운지'라 칭하며 '옛 농가의 주인장이 머무르는 화롯가 자리를 연상하면 딱 맞을 장소'라고 했지요. 그러니 이 집의 거주자가 될 하야시 쇼지 씨가 이 집의 설계자인 본인 스스로에게 '긴장을 풀고 릴랙스 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의뢰해 탄생한 공간이라 말해도 좋을 겁니다.

 

323쪽

 

"자기 집을 다른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다니, 배짱 좋네요"라고 말하니 "한 번 정도는 설계 의뢰인이 되어보고 싶었어요. 그 기분, 나카무라 씨도 잘 아시죠?"라며 개구쟁이 같은 눈웃음을 보이는 기노시타 씨였습니다.

 

 

건축가 기노시타 미치로씨가 2005년 도쿄 도 미타카 시에 지은 '도그 하우스'의 평면도. 단독주택 뷰가 별로인 세종시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역시 이런 집은 도쿄 도의 핫플레이스 키치죠지에 있구나. 단층집이라 관절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후 주택으로도 좋아보인다.

특히 복도 겸 중정이 매력적이다.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연립주택처럼 비오는 날엔 복도를 가로지를 때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한다. ㅎㅎ

 

 

집의 입구는 소박하면서 프라이버스 보호에도 좋아보인다. 현관 양 옆에 길게 블루베리 덤불을 만들어도 좋을 듯.

 

 

이렇게 주방-다이닝룸-거실이 일직선으로 트여 있으면서 미닫이문이나 룸 디바이더로 필요에 따라 구획할 수 있는 공간 배치가 참 좋다.

부피감이 적고 뒤태도 예쁜 시리즈 세븐 체어 만세~

 

 

좁은 거실이지만 층고가 높고 기울어진 천장이 주는 느낌덕분에 답답하지 않다.

겨울에 추운 우리나라에서는 단열을 생각하면 고민되는 배치지만 툇마루와 거실의 중간적인 느낌이라 좋다.

소파보다는 데이베드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중정인듯. 나무는 타이완 물들메나무라고 한다.

나라면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과실수를 심을테다.

앞쪽 데크에는 아웃도어 테이블을 놓고 친구들과 술파티를 벌이면 딱이고.

 

 

바로 이렇게!

 

 

크으.. 이 뷰도 멋지다. 내가 식탁 조명으로 쓰려는 조명을 쓰고 계시는걸 보니 더 반갑고.

테이블 러너도 길게 드리워진 것보다 저렇게 있으니 정갈해보인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디자인 감각의 고급스러움은 이 책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차고에 명차만 네 대 들어가는 부자라 가능하겠지만..) 홋카이도 가미가와군의 오다 노리쓰쿠의 저택.

나는 둔중한 느낌이라 별로라고 생각했던 조선시대의 궤가 센터 테이블 역할을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네.

 

 

이즈미 고스케의 저택 지테이의 다다미방. 밤이 되면 빛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도코노마 부분이 정말 멋지다.

이 정도면 센노 리큐 선사한테도 칭찬들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있는 아카사카 신이치로씨의 '보통의 집'

몰랐는데 삼각형의 집에는 훌륭한 집음효과가 있다고 한다. 확성기 입구에 귀를 대고 있는 것처럼, 새들의 지저귐, 계곡물 소리, 나뭇가지 끝을 스치는 바람 소리,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소리 등이 증폭되어 들린다고 한다.

이런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처음부터 계획하다니. 건축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근데 겨울에는 정말 추울 듯. ㅠ.ㅠ

 

 

 

멋지긴 한데 춥겠죠? 책에 따스하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집안에서도 털모자에 다운 재킷, 수면 양말을 신고 살아야겠지만 정말 멋진 뷰네요.

 

 

 

 

 

 

 

 

두 개의 L자 모양으로 구성된 이런 공간을 라운지 피트라고 한다네요. 난방이 들어오는 바닥에 앉아서 2층 높이의 대형창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공사 도중에 이미 완성되어 있던 철근 콘크리트 바닥 슬래브를 부순 후에 새롭게 지면을 파 들어가 만들었다는데 아마 건축가 자신의 집이었으니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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