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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디자인의 새로운 상상, 한옥(2016)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9. 11. 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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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출신으로 한옥에 관한 대중서 세 권을 쓰신 분께서 한옥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는 미학 에세이 책.

 

서양의 건축은 대상인 건축물과 그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인 사람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한옥의 경우에는 '대상'이 건물로 국한되지 않아서 건축의 영역이 주변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저자 이상현님의 핵심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다른 나라의 건축은 기껏해야 건물이지만, 우리의 전통 건축은 건물과 주변, 그리고 그 안까지 아우르는 흐름이라며 전통건축이 보는 시야가 훨씬 높다고 자평하는 부분이 많고요.

 

저자의 주장을 수긍하기엔, 이런 면에서 서양의 건축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일본의 건축과 한옥의 차이점을 언급하는 거의 부분이 없어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워낙 이런저런 이론과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서술하기 때문에 현란한 것 같은데 저는 좀 난삽하더군요. 책으로 보니 이렇지만 , 강의를 한다면 도올 김용옥씨처럼 대중에게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래 인용한 부분처럼 한옥의 미감에 대해서 제가 감탄하는 부분을 잘 짚어내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그게 한옥이나 우리 전통건축의 독창적인 미감일까요? 주장이 비약적인 부분이 많아서 추천하긴 어려운 책입니다.

 

저자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가는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eok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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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쪽

 

다른 나라의 건축은 지붕선이 건물과 어울리는 지를 보면 지붕선 잡는 일이 끝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건축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지붕선과 건물 전체의 비례가 맞는다면, 거기서 건축은 끝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붕선 잡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제 지붕선과 건물이 어우러지는지를 확인했다면, 지붕선과 마당이 어울리는지를 봐야 합니다. 서양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입니다. 그러나 한옥을 짓기 위해서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과정입니다. 마당이 건축공간이기 때문에 지붕선이 마당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그 건축은 결코 완성도 높은 건축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당을 안고 건물을 보기 때문에 우리의 시야는 매우 넓어져 주변 자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당연한 결과로 '자연이라는 공간'과 건물이라는 공간'이 하나의 흐름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의 흐름이 된 건물이 주변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선 하나를 뽑아내는데, 그게 바로 지붕선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흐름을 보는 건축공간 디자인이 과연 없었을까?)

 

186쪽

 

17세기에 세워진 만대루는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만을 덮은 매우 단순한 건물입니다.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부재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한옥 자체가 많은 것을 융합시킨 건물이지만, 만대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하나의 선에 세상을 담아낸 서예가의 한 획을 느끼게 합니다. 건축에 일필휘지라는 말을 쓸 수 있다면, 딱 거기에 맞는 건축입니다.

단순함이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 보려면 디자인을 해체하여 단순함 속에 담긴 다양한 가치를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디자인일수록, 더 큰 고민이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189쪽

 

만대루 뒤로 이어지는 건축적 안정감이 없었다면, 만대루가 주는 건축적 감동은 심각하게 약화되었을 것입니다. 제자리를 잡고 있는 강당과 동서재의 안정된 뒷받침, 그 뒤를 받쳐주는 작은 산등성이는 만대루가 성취한 단순함을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추구한 흐름으로서의 건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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