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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비행운(2012)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14. 1. 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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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온 걸 확인하자마자 예약을 했는데 3순위로 한참만에 받았다. 모의고사보고 기운이 빠진 상태지만 공부랑 상관없는 책을 읽을 사치를 부릴 여유가 충분한 날이라 더 좋았다. 

 

 

지난 4년 동안 쓴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라는데 확실히 초기작의 풋풋한 느낌들보다 무거워지고 깊어졌지만 맘에 들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하지만 김애란 자신도 인정하는 극소수의 남성팬 중 한 명이 여기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와 "벌레들", "물속 골리앗"은 일본의 미스테리물 소설가 혼다 다카요시와 비슷한 느낌이 났는데 자신이 덜 소화시킨 이야기를 풀어낸듯한 느낌이라서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서사에 몰입되는 걸 좋아하는데 자꾸 영상을 떠올리게 되기도 했고. 

 

 

김애란 답다고 느껴졌던 건 네번째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란 단편부터였다. 이 가난하고 살기 팍팍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누군가의 온기를 그리워하는지, 그리고 약하고 힘겹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기억으로 꾸역꾸역 살아가는지.

 

 

"하루의 축"은 내가 2년 반 동안 다녔던 직장 뽀짝 옆인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이 소설의 배경이어서 더 재미있었다. 기옥씨의 아들은 왜 그렇게 어이없이 망가져버린 건지. 단순한 절도의 고의로 여차하면 강도상해가 될 수 있는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 김애란씨가 법서도 좀 읽는 느낌이 나더라.

 

 

"큐티클"은 서울의 2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묘사해서 좋았다. 너무 흔해서 그닥 매력도 없고 지겨운 타입인데 표현을 참 잘했다. 왜 그 나이 때 여자들이 그렇게 닮아가는지 조금은 알겠더라. 짧은 이야기 속에 일과 친구관계까지 알차게 들어간 작품. 

 

 

"호텔 니약 따"는 그녀의 "침이 고인다"의 리메이크 버전 같았다. 첨에 김애란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게 이런 부분에서의 심리와 그런 심리가 묻어나는 행동에 대한 세세한 묘사력 때문이었지. 

 

 

마지막 작품 "서른"은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젤 마지막에 있어서 읽고난 여운이 길게 남았다. 지금 이 나라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희망이 없다. 키를 자라게 해준다고 머리와 팔다리를 잡아늘리는 거인과 같이 고통만을 가하고 재능을 거세할뿐.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란 말이 정말 와닿는데 사람들이 애낳고 사는 거보면 그 용기가 참 부럽다. 

 

 

 

 

읽으면서 군데군데 먹물 특유의 표현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요즘 가장 잘나가는 80년생인 소설가가 미디어에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우리 또래들의 비루한 모습과 그들이 간절히 얻고자하는 것들에 대해서 눈 크게 뜨고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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