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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께이/강초아] 디오게네스 변주곡(2019)

독서일기/기타국가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5. 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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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홍콩의 추리소설가 찬호 께이. ‘천재인건 알지만 작년말에도 신간이 나왔는데 너무 다작하는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미공개 습작들과 그가 데뷔 후 지난 10년 동안 썼던 단편들을 묶어서 펴낸 거였다.

직업인으로서 조각가가 작품을 완성하듯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작업실에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을 슬슬 깎고 잘라가며 만든 목각인형처럼 편하게 만든 작품들을 모았기에 <디오게네스 변주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가볍게 썼다고 질감이 거친 단편들이 아니었다. 살인에 대한 살인, 추리소설에 대한 추리소설처럼 찬호 께이 특유의 메타인지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

표지도 잘 만들었다.습작을 제외한 발표작들에는 각각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부제로 붙였고, 저자 후기에서 이 곡들의 유툽 재생목록까지 제공하고 있다.

찬호 께이가 골초에 클래식음악 애호가인지 몰랐다. 뭔가 대단하지만 비인간적일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졌던 그가 좀 더 경쾌하고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같은 장르소설 천재인 테드 창의 구도자같은 엄근진과 대비된다.
(찬호 께이에 대한 인상 변화폭이, 박학다식한 풍류인 페친 필스너님에 대한 내 첫인상과 지금 느낌 사이의 폭과 비슷한듯 ㅋㅋ)

나는 <파랑을 엿보는 파랑>,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 <숨어있는 X>가 특히 좋았다.

찬호 께이의 추리소설들을 좋아하신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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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쪽

이 책의 단편 작품들은 모두 내가 디오게네스 상태에서 쓴 것으로, 상상 속에 깊이 침잠했을 때 창작한 것들이다.
(중략)
한 사람의 작가에게는 유명해지고 큰돈을 버는 것보다 나무통 안에 숨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게 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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