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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김춘미 역]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2012)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7.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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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구조기술사인 주인공이 나와서 인상적이었는데 많이들 추천해주셨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건축사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보기 시작.

 

원제는 <화산 자락에서>라는데, 사화산 밖에 없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생경하게 느껴졌을 터라 출판사에서 번역판 제목을 잘 지은 것 같다.

 

1982년의 일본은 이렇게 앞선 나라였다는 걸 새삼 느꼈다. 19세기부터 황실과 고관대작들의 여름별장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를 못가봤지만 거기서 좀 더 올라가는 기타아사마산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대관령을 떠올리며 읽었다.

 

작품의 모델인 일본의 건축가 '요시무라 준조'에 대해 알지도 못했지만 사진을 찾아보니 전통건축과 모더니즘을 잘 조화시킨 스타일이 내 맘에 들더라. 우리나라 건축가 김수근과 <건축가가 사는 집> 과 <집을 순례하다>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그의 제자라고 한다.

 

소설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시절 건축사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들이 나누는 말들이 주택건축에 대한 책들과 홈스타일링을 고민하면서 내가 체득한 것들과 맥이 닿아있는 걸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고. 아스풀룬드의 스톡홀름시립도서관과 '숲의 묘지'처럼 전혀 몰랐던 건축물이 나오면 폰으로 검색해가면서 읽었는데, 소설에 나오는 출품작에 대한 설명들은 아무리 읽어도 머리속에서 공간이 상상되지 않더라. 내 비루한 공간지각력...

 

침대용 독서등으로 적당한 조명을 찾지 못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라문 아뮬레또 LED 스탠드를 샀는데 뭔가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소설에 나오는 르클린트 시저 조명을 먼저 알았더라면 이걸 샀을텐데... 딱 내가 좋아하는 미드 센추리 디자인이라 아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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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쪽

 

신앙을 갖지 않은 건축가가 그 경험과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교회에는 기도와도 같은 것이 형태가 되어 나타나 있었다. 그 형태는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을 내부로부터 진정시키고, 혹은 격려하고 움직일 것이다.

 

106쪽

 

"나는 부엌일을 안 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232쪽

 

조명 회사가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조명 디자인도 건축가의 일이었다. 새시나 수도 관계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중략)

조명도, 가구도 예전의 건축가에게는 맨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즐거운 마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골격이 아니라 살갗이고 윗도리 안감이고, 요리를 완성시키는 디저트 같은 것.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귀찮기 때문에 연구할 여지가 있다.

 

354쪽

 

"정말로 죽기 살기로 억지 부리는 사람은 얼마 없어. 대단한 탁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남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세상이 이런 것이니까, 그런 정도의 생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야. 그런 사람들은 이쪽이 각오만 섰으면 밀어붙일 수가 있지. 물론 어디까지나 자기 아집을 관통시키려는 사람도 있어. 그런 때 건축가로서의 신념이 문제가 되는거야. 그 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는 평상시 어떻게 해놨느냐의 연장선상에 있어. 여차하면 저력을 발휘할 생각으로 있어도 평상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으면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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