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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김선영 역] 흑뢰성(2021)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24. 7. 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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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의 잘쓴 미스테리 역사소설을 한 권 봤기에, 예전에 추천받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역사추리소설 <흑뢰성>을 비교삼아 읽게 되었습니다. 심란하고 울적한 날에 어울리는 소설이더군요. 제 올해의 소설 후보로 올려봅니다.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다행히 야마다 요시히로가 동시대의 무장이자 다인인 '후루타 사스케(오리베)'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효게모노>의 지식들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많이 겹치니까요.
전국시대의 유능한 무장으로서 하극상과 배신으로 셋츠의 다이묘가 된 아라키 무라시게가 갑자기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고 이타미의 아리오카성에서 농성을 하다가 영락한 역사적 사실은 어찌보면 전국시대에 비일비재한 사건이겠죠.
그런데 아라키 무라시게는 당시의 윤리규범에 어울리지 않게 1년의 농성 끝에 성을 버리고 모리가로 홀로 망명한데다가 오다 노부나가보다 오래 목숨을 부지했고, 출가한 자신의 이름을 도분(道糞)이라고 붙여서 스스로를 '똥'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이채로운 사람이지요.
<효게모노>에서도 그런 부분이 부각되었고 후루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나옵니다.
 
<흑뢰성>은 아집이 좀 강하지만 전형적이고 유능한 무장이자 다이묘인 아라키 무라시게가 왜 이후에 자유분방한 풍류인으로 살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갖고 실마리를 풀어나갑니다.
신이나 영적인 존재를 전혀 동원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을 꿰어서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끝을 맺어서 더 매료되네요.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책 말미에 나오는 참고문헌들의 제목을 보니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설이 나오지 못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이야기를 빚어낼 소설가들이 활용할 문헌들이 턱없이 부족하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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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쪽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않으려는 것은 전쟁터에서 뒤를 맡길 상대가 없다는 뜻으로 무사로서 그리 좋은 경향은 아니다.
156쪽
혼마루에 우뚝 솟은 천수각에서는 날마다 한 번, 반드시 군사회의가 열린다.
농성을 하는데 결정할 사안이 매일 생길 리는 없다. 군사 회의는 명목일 뿐, 사실 배신의 기척이 없는지 서로 감시하는 자리다.
280쪽
지리에 밝고 여행에 익숙하며 건강하고 다리가 튼튼하며, 영리하고 예의를 알며 상대가 믿을 만한 신분을 가진 자가 사자로서 적합하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을 겸비한 걸출한 인물은 사자보다 오히려 장수로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469쪽
"어르신은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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