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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얼]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2020)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20. 8. 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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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은 책은 기고된 시점의 시의성이 퇴색된 점, 당시 화제가 되던 주제들을 넘나들다보니 산만한 느낌을 줄 가능성도 있어서 피하는 편이다. 실제로 칼럼 잘쓰기로 유명한 분의 책도 그저그랬으니.

 

하지만 이 책은 마음에 딱 맞는 새 페친을 발견하고 그의 타임라인을 정주행하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는데, 시의성보다는 책으로 묶여나온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경제사와 법경제학의 렌즈로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부의 국회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그리고 지자체 의회사무국의 전문위원, 중앙부처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공무원, 사법부의 법원행정처 법관과 법원공무원들 다들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1년에 이런 책 한 권은 읽고서 자신들의 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되새겨보면 좋겠다. 정출연에 있는 나도 반성이 많이 되더라.

 

1950년대에 이미 면방직산업의 생산능력이 상당했고, 여기에 미국에서 무상 원조한 원면공급이 기여했다는 사실, 대통령 주재 수출진흥확대회의의 실체(?), 북한 철도망 건설의 기이한 점, <나가수>를 통해서 본 경연 순번의 공정성 문제,

마지막 파트에 한국의 대학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시는데, 이런 문제가 대학 단과대 별로 편차가 있는 것 같다. 공대쪽이 새로운 실험도 많이 하고 앞서나가고 인문대가 가장 뒤떨어지는. 한국연구재단이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같은 기관들은 제발 폐지하자.

 

그런 기관들이 끼치는 해악이 멍게 공무원들보다 더 심하다. 공무원은 순환보직이 되면서 이런걸 왜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법정사업 하나 쥐고 고인물이 되어서 좀비처럼 내년도 사업예산을 어떻게 늘릴지가 목표인 허울좋은 공공기관들때문에 '연구하는 시간'보다 '연구 잘하고 있고 성과 좋다고 보고자료 작성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연구만 그런게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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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쪽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국회가 토지보상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회피하여 토지수용권을 남용할 수 있는 법을 100개 나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에서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47쪽

 

통계는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러한 관련성을 무시한 채 통계를 수학 교과의 일부로만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통계의 기본 원리는 배우지만, 통계를 통해 사회 현상이나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훈련은 거의 받지 못한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집약하는 통계들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것은 정보화 혁명의 핵심이다. 수리를 깨치는 것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필수능력이다.

 

265쪽

 

학술지 평가를 통해 학문발전을 도모한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 변호사시험 같은 평가는 최소한'을 파악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는 최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기존 지식을 뛰어넘어 '최대한'을 추구하는 학계의 지향과는 완전히 다르다. '최소한'만을 가려내는 제도로 '최대한'을 추구해야 하는 세계를 '개혁'하려 하다 보니 많은 폐해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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