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장제우] 장제우의 세금수업(2020)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20. 3. 20. 17:16

본문

조세와 재정, 예산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법령을 조금 손봐서 이뤄낼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다. 결국 목돈이라는 소방호스를 끌어와야 하는데 우선 세금에 대한 두 시간짜리 교양 강좌를 듣는 느낌으로 읽었다.

 

다이제스트 판형으로 나왔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부담되지 않는 분량이다.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은 아니라서 가독성 높은 이슈페이퍼를 묶어낸 느낌을 받았고.

 

책 내용 중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각국의 조세제도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고, 통계를 비교할 때는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 세 가지를 아울러서 비교하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이런 지표를 제대로 제공하는 건 기재부, 국세청, 조세재정연구원의 기본적인 역할일텐데 저자의 비판에 대한 재반박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OECD 통계 기준 2010~18년 평균 GDP 대비 한국의 민영보험료 비중이 11.3%로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산한 금액의 비중인 10.2%보다 1.1%나 크다는 사실에도 깜짝 놀랐고.

 

하지만 교육비 영역에서 한국 대학들의 등록금 수준이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재정이 GDP의 0.9% 수준에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은 고등교육을 개인의 생애소득을 증가시키는 인적자본투자로 보는지 아니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인프라로 인식하는지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질텐데 나는 전자의 입장이라. 나는 어제 서평을 쓴 살만 칸의 책처럼 방통대를 확장한 MOOC나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모델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령인구 추세도 그렇고 부실한 대학들에 산소호흡기를 꽂아줄 필요가 있을까? 교육부 관료들의 선별지원 능력도 믿을 수 없고. 물론 저자도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투자에 앞서 대학의 구조조정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긴 하다.

 

또,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가 목돈사회를 만들고 있으니 소액보증금 월세제도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예전에 이조훈님이 분석했듯 한국사회의 삼위일체(거래세-거치식대출-전세)와 서구의 삼위일체(보유세/모기지론/월세)의 패키지 단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웠고.

 

-----------------------------

 

55쪽

 

확인된 것만 따져도 한국인들은 일반 사립대 등록금 총액에 맞먹는 10조원 대의 돈뭉치를 사보험 중도 해지로 해마다 까먹었다.

 

122쪽

 

한국은 이제 명백하게 간접세의 비중이 국제적으로 낮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여타보다 간접세 비중이 너무 높다는 '미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수십 년 전의 사실이 현재까지도 사실인 양 둔갑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장 큰 원인은 낙후된 일본식 조세 분류 관행과 그 유산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보험료를 세금에서 배제한다거나 지방세를 뺀 국세 기준으로 직간접세를 비교하는 등 과거 기재부와 국세청이 들여온 일본식 직간접세 구분법이 현재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소비세처럼 실질적인 간접세와 재산 관련세의 거래세처럼 역진성과 무관한 간접세가 같은 간접세로 뒤섞인 것도 간접세 미신이 전승되는 주요한 원인이다.

 

181쪽

 

우리는 도로와 다리, 공원을 이용할 때 일반적으로 개별 요금을 내지 않지만 무상도로, 무상다리, 무상공원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는다. 세금이라는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략)

국민의 세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인들이 무상으로 복지를 제공하겠다 함은 마치 세금이 자기 돈인 양 왜곡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러한 경솔함이 복지 강화를 환영하는 이들조차 그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