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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권]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2017)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18. 7. 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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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과 함께 올해 본 한국인 저자의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책이다. 저자는 1996년부터 공인회계사로 일하기 시작해서 2011년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금감원에서 회계감독, 제재 심의 업무를 담당해왔고, 검찰청 파견근무, 로스쿨 유학 및 LLM과정을 이수한 이 분야 20년 경력이 있는 분이라고 한다.

이 정도 전문가라면 참고문헌을 빼고 줄간격 넉넉한 300페이지짜리 책이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사회에 적용할 대안과 처방에 가면 힘이 달려서 용두사미가 되기 쉬운 여느 책들과 달리 에필로그에서 오히려 더 단단함이 느껴진다.

난 타 학과 과목으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들은 수준이고 '회계원리'조차 들은 적이 없지만 그래도 저자가 일반인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내용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공인회계사들이 회계감사업무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생기는지도 알게 되었고.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와 이 책 두 권을 큰 시차없이 읽어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난 '자본시장법'이나 '외감법'을 들여다볼 일도 없지만 기업에서 일하고, 회계 백그라운드가 없는 사내변호사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할 일들이 얼마나 여러가지가 있는지 대강 인식은 했으니 선무당처럼 한 가지만 고치자고 목청높이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을듯 싶다. 혹시 고참 변호사께서 이러한 스타일로 변호사 시장을 분석해준 책이 있다면 좋겠다.

회계 전문가분들이 보시기엔 익숙한 주장일 수 있지만 내게는 새롭고 경청할 내용들이 참 많았던 책이라 부분부분 여러 곳을 인용하게 되었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국내 저자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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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쪽

회계법인은 컨설팅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제반 정보를 그대로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또한 회계법인이 컨설팅을 통해 제안하는 의견은 회사가 제시하는 정보에 기초하면 무방하다. 컨설팅 업무는 회계감사보다 이해관계자가 훨씬 적어 부실 컨설팅 위험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회계감사는 그렇지 않다. 회사는 가급적 회사의 재무제표를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다소 과장하거나 왜곡된 재무정보를 회계법인에 제시한다. 즉 회계감사업무는 부실감사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회계법인은 컨설팅업무에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하려는 동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152쪽

2016년말로 종료되는 사업연도에 대한 회계감사계약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결산기 이후 4개월 이내에 체결하면 된다. 그런데 2015년말로 종료되는 사업연도에 대한 회계감사계약은 결산기 이후 4개월 이내에 체결하면 된다. 그런데 2015년 말로 종료되는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의견은 대부분 3월초에 나온다. 이때 회사들은 감사의견과 관련하여 감사인과 의견충돌이 있거나 감사절차가 엄격하게 진행되면 이를 빌미로 감사인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167쪽

특정 산업의 회사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회계사나 외부전문가가 투입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 회사 회계감사는 대형 회계법인이 대부분 수행하는데 회계감사 현장업무는 보통 경력 4~5년 이하 경험을 가진 회계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경우 감사기법은 주로 각 프로젝트의 전망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현장 회계사는 회사의 설명을 듣고 그저 수긍하는 정도로 감사를 수행하고 적정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173쪽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를 늘린 주요 이유는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증가한 공인회계사들이 회계감사 부문에 종사하지 않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은 당초 기대하지 않은 것이다.

185쪽

우리나라에서 분식회계 제보에 대한 포상금 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미국이 2002년 7월 사베인-옥슬리법을 제정해서 포상금 제도를 도입한 것과 같은 방식ㅇ었다. 2006년부터 제보에 따른 포상금이 지급되었다. 2016년 8월까지 전체 포상금 지급 건수는 7건이고 전체 누적 포상금은 5억 3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실적이라면 분식회계 고발에 따른 포상금 제도는 내부고발 촉진제로서의 효력이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포상금 예산이 금감원 예산에 편성되어 있는데 별도 적립된 기금에서 지급해야 하고, 상한선도 없애며, 변호사를 통해 익명신고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함)

199쪽

고려대 경영대학 이한상 교수는 2014년 12월 하국회계학회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회사와 감사인의 법적 책임' 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분식회계에 따른 소송결과를 분석해서 발표했다. 2006년부터 2014년 5월까지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분식회계 관련 소송 44건 중 57%인 25건에서 회계법인이 일부 또는 전부 패소했다. 그런데 회계법인이 부담한 배상금액은 평균 2억 8천만 원에 불과했다. 투자자의 소송가액은 평균 10억 3천만 원 선이었다.

211쪽

소액주주만이 일정한 비율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이스라엘이 도입한 것이다. 이사회에 최소 2명의 독립이사를 포함해야 하며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사외이사여야 한다. 독립이라는 의미는 지배주주 등과 일체의 이해관계가 없어야 함을 의미하며 사외이사 선임은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사외이사는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여야 한다.

243쪽

현장 감사기간이 전체 5일인데 마지막 날 재무제표가 제시되고 감사팀은 감사현장에서 철수한다. 이후 회계사들은 다른 감사현장에서 감사를 하다 저녁에 사무실로 퇴근하여 이 회사의 감사조서를 작성하고 완성하지 못하면 휴일에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회계감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회계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일하다가 힘에 부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본다. 깐깐한 감사를 실시하는 회계사의 경우 감사대상 회사가 감사인에게 다음 감사 때부터 그 사람을 감사팀에서 배제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회계감사업계의 현실이다.

276쪽

2017년 3월말 현재 금융감독원 내에서 상장사에 대한 감리를 담당하는 부서의 인원은 90명 내외인데 회계법인 품질감리를 담당하는 10명 내외와 관리업무와 기타 총괄업무를 제외하면 실제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40명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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