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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2023)

독서일기/한국경제

by 태즈매니언 2023. 8. 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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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유럽 국가들의 흑역사를 읽었으니 이번엔 우리나라의 흑역사 차례입니다.

이 책은 어느 페친께서 추천해주셨는데요. 제가 일반교양 수준의 한국경제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던 책의 출간일이 10년은 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복습삼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정인님은 학부에서 성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고 KDI 경제정보분석센터의 연구원으로 있었던 경력이 있네요. 아무리 KDI라고 하지만 계약직 연구원이면 그리 눈에 차는 직장이 아니었을텐데, 본인의 전공을 살려 경제뉴스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제학에 흥미가 생겨서 석사를 경제학으로 전공하고 지금은 금융경제 정보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일을 하고 계시던 분이더군요.

이 책의 미덕은 저같은 40대 중반이 아니라 20대 중반의 경험과 눈높이에서 주로 2000~2022년 사이에 있었던 한국경제사의 뉴스를 먼저 제시하면서 그것과 유사한 일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걸 소개하면서 그게 왜 일어났고, 당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해요체와 가상의 대화로 쉽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슈카월드의 전석재님처럼 균형감각도 좋고요.

단순히 연대기식으로 정리를 했다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편했겠지만 아이템별로 제도의 연원이 된 사건들을 탐사하는 식으로 구성하는게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좋아보이네요.

저는 1962년 증권파동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아.. 역시 주식으로 1억 원을 만드는 방법은 원금 2억 원으로 시작하는 거라는 주갤러들의 통찰이 ㅠ.ㅠ

레퍼런스가 없는 책이라 한국경제사에 막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 가독성 좋은 입문교양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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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1980년대 초반 성남공단은 서울 구로공단, 인천공단과 함께 수도권 노동운동의 3대 거점으로 불렸어요. 이때 성남공단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한 성남노력이 나중에 우리가 아는 경기동부연합이 됩니다. 동시에 1968년부터 계속된 도시 개발은 폭력조직이 둥지를 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2020년대까지도 조직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던 성남 국제마피아파는 1970년대부터 모란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해요.

210쪽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700개 넘는 중소기업이 KIKO 계약으로 손해를 입었고, 이 중 200여 곳이 부도나 파산을 맞았다고 합니다. 32만 명이 실업자가 됐다는 주장도 있어요. 2차, 3차 피해까지 추정하면 피해규모는 더 컸을 거예요. 피해 기업들은 불완전판매, 부당 계약이라며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는 KIKO계약이 사기이며 불공정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적 계약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중략)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양승태가 은행 편을 들어줄 것인지, 중소기업 편을 들어줄 것인지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의한 내용이 2018년에 밝혀져 큰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267쪽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거대한 지하경제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비실명제가 이렇게 사라집니다. 실상을 까보니 비실명거래는 전체 금융 거래자의 단 2%가 저지르던 관행이었지요. 그동안 2%의 목소리가 나머지 98%보다 컸던 셈입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1년 안에 수습됐고, 실명거래는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정착됐습니다.

383쪽

경상도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주식회사 유공이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출시합니다.

389쪽

(1990~91년 두산그룹의 페놀 폐수 유출로 인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법원은 생수 제조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생수의 국내 시판 금지가 위헌이란느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정부도 불법으로 지정하고 규제하던 생수사업을 합법화할 수밖에 없었죠. 위헌 판결 두 달 전인 1994년 1월에는 낙동강에서 다시 벤젠과 톨루엔이 검출되기까지 한걸요.
(중략)
1994년 환경처는 페놀 유출 사건을 비롯한 커다란 환경오염 사고들을 계기로 환경부로 승격되어 중앙 부처로 거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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