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창진] 플라이 백(2019)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0. 10. 23. 22:28

본문

또 한 권의 올해의 책 후보.

 

부디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항공운송업에 종사하시거나 감정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들에게 특히.

 

작년 2월에 이 책이 나온 사실을 알았지만 보겠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다. 다들 알겠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나 소위 오너 일가의 자질은 인격장애자와 바보천치가 도토리 키재기 하는 수준이다.

 

박삼구 일가의 전횡으로 온갖 부문의 회사 직원들이 고생하는 걸 보거나 건너들었고, 이년 반 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은 동료와 선후배들을 알게된 입장에서 회사를 떠났다고 강건너 불에 비분강개하고 싶진 않았다. 옆동네 조씨일가와 딸랑이들이 박창진씨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비열하고 치졸한 수단들을 썼을지 뻔히 알 것 같아서 안봐도 본 것 같았고.

 

하지만 대한항공의 직원이었던 박창진씨가 자신의 존엄을 되찾는 여정에 대한 회고를 따라가며, 그가 겪었던 시련들, 그로 인한 상처와 육체적 정신적 질병,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은 용기를 개별적으로 뜯어보는 느낌은 예상했던 정도를 훨씬 넘은 감동을 줬다.

 

그나마 조씨일가 중에서 가장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故조양호 회장이 퍼스트클래스에서 벌인 푸닥거리를 보니 유전자와 양육환경이 최악의 조합으로 만났을 때의 참사였구나 싶어 끄덕끄덕하게 되고.

 

현재 박창진씨가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순번 6번인데, 그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해서 21대 국회 하반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범죄자 조현아의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 죄목에 대해 대법원이 지상로를 항로에 포함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판결을 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항공보안법 제2조 제1호는 '"운항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생각해보라. 항공기 사고는 주로 이착륙시에 발생하는 것이 태반이다. 지상로를 항로로 보지 않은 2심의 판결서에서 스스로 인정한듯 '항공기 항로변경죄의 경우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엄중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지상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테러리스트 등의 위력행사에 의하여 항공기가 예정하지 않은 곳으로 운항하게 될 경우 이를 실질적으로 제압할 방법이 없고, 이처럼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항공기의 이동이 항공기 사고나 테러 등의 행위로 이어질 경우에 동 항공기내에 탑승한 승객, 승무원들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위의 비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에 상응하는 법정형으로 엄하게 처벌하려는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매우 많다고 보인다.'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단순한 난동승객이 아닌 해당 항공사의 경영진이 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을 부여받은 기장(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에게 혼잡한 JFK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회항을 요구하여 승무원과 승객을 위험에 빠트린 행위가 어떻게 입법자가 의도한 항로변경죄의 행위 태양이 아니라는 것인지. 지금도 나는 이 부분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

 

7쪽 (프롤로그 중)

 

플라이 백(Fly Back). 비행기를 되돌리는 '회항'을 일컫는 용어다. 이제 막 출발한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려야 했던 그날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내 삶을 되찾기 위해 다시 난다는 이미이기도 하다.

 

146쪽

 

산재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한 첫날, 회사로 들어선 나를 보던 사람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다들 나를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사람처럼 바라봤다. 점심식사를 하러 만여 명 가까운 직원이 빼곡히 들어찬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주 찰나의 침묵이 생겨났다.

 

177쪽

 

우선 그에게 갑자기 뉴스에 출연한 이유부터 물었다. 그가 말하길 JTBC 손석희 사장이 직접 연락을 해와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손석희 사장이 말하더군요. 제가 이번에 개설한 익명채팅방과 이 일로 부각되고 있는 조씨 일가의 갑질은 노동운동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이라고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채팅방 회원들은 이 모든 게 제 덕분에 가능했다는 신념으로 같이하고 있는 터라 차마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해보려고요!"

 

214쪽

 

(고 노회찬 의원) "박 사무장님, 인간이 인간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그동안 힘드셨죠. 사무장님이 4년 동안 최선을 다해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깨 펴시고 더 단단해지십시오. 사무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군가 비난하더라도 슬퍼하지 마십시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