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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2020)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21. 1. 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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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직업 에세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첼리스트에서 장의사(납관사)가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영화 <굿, 바이>(2008)가 참 좋았기 때문에 그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 직업이 궁금했다.

 

로드킬이나 도살이 아닌 아주 오래된 죽음의 흔적은 어릴 적 시골 외갓집 근처 저수지에 장마철에 돼지 한 마리가 죽어 떠내려와 송아지 만큼 부풀어 올라 한 달 넘게 저수지에 우렁 잡으러 갈 엄두도 못내게 했던 경험 밖에 없었으니.

 

한승태 작가님의 <인간의 조건>이나 <고기로 태어나서>같은 르포르타주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예상과 달리 문장이 매우 섬세했고, 내용도 사변적이었다. 저자 김완님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고, 관심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없고 연상인 아내와 결혼했으니 노후의 나도 고립사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병원 침대에서 주렁주렁 관을 꼽고 죽으니 내 공간에서 삶을 마감하는 게 더 행복일 것도 같고.

 

그런데 내 죽음의 순간이 곧바로 알려지지 않아 시취가 진동하는 상태로 발견되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곤란한 사정들을 알고나니 이 부분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언장에 필히 기재해야 할 항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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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냉정히 말해서,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이다.

 

70쪽

 

장마 동안 비를 맞은 고양이가 구속진 곳으로 피해서 추위를 견디다가 저체온증으로 죽고, 결국 그 썩어가는 냄새가 사람을 괴롭힌다.

 

221쪽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225쪽

 

드물게 성범죄나 치정범죄 현장의 의뢰도 있지만, 검경이 나서서 피해자에게 청소서비스라도 해서 도움을 줄 만큼 일반인은 손쓸 도리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건은 주로 돈과 연관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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