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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삼자대면, 물을 어떻게 끌어올까나?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3. 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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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15화 : 삼자대면, 물을 어떻게 끌어올까나?

 

제가 산 밭의 북쪽에는 '대지-밭-대지'가 있고 두 필지의 대지에는 마을 주민 내외가 거주하시는 농가주택이 한 채씩 있습니다. 이 두 분과는 이장님을 통해서 소개받아 인사를 한 번씩 드리긴 했지만 곧 봄이 되니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케이크 두 상자를 챙겨서 찾아뵈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두 집의 바깥어르신(이 표현을 안좋아하는데 적절한 단어가 안떠오르네요.)께서 파종철을 앞두고 이랑을 고르거나 멀칭비닐을 옮기시면서 서로 대화 중이시길래 가져온 케이크를 건네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은 제가 농막을 어느 위치에 둘지와 어떤 나무들을 심으려고 하는지 관심있어 하셨고, 동네사람이 최근에 판 땅의 시세와 경계측량비용, 마을 경조사 등으로 시작한 대화가 이웃 간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구두합의로 이어졌습니다.

 

우선 제 땅 서북쪽 집의 김씨 어르신께서 4년 전에 이 땅을 산 후에 땅을 높이는 성토비용으로만 수천만 원을 쓰셨다고 하시네요. 당시에 공무원이 너무 높게 성토했다고 지적해서 쌓았던 흙을 좀 깎아서 옆 땅인 제가 산 땅으로 내려줬다고 합니다. 제 밭이 이런 이유로 옆에 있는 밭보다 50cm이상 더 높았군요. ㅎㅎ 김씨 어르신께서는 그 때 내려준 흙이 질 좋은 황토라 텃밭이나 과수가 잘 될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씨 어르신께서는 대지 경계의 비탈진 사면 중간에 꽂혀있는 철근 말뚝은 지적도상 경계를 표시한 말뚝이니 옮기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예전에 성토를 하실 때 제방길에서 제 땅을 밭 한 이랑 정도 면적으로 침범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제게 경계측량을 다시 할 것인지 물으시길래, 어차피 지금은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 땅이니 그럴 생각은 없고 서로 이렇게 알고 있는 걸로 족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경계침범 현황으로 이웃과 다툴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제 땅 동북쪽의 농가주택에 사시는 신씨 어르신께서는 지금 본인이 살고 계시는 집에 들어오는 공주시 상수도는 기본요금 2천 몇 백원 남짓만 내고 있고 사용하지 않는데, 이장님 통해서 들었다면서 제가 연결해서 사용하는 건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두 채의 농가주택 사이에 있는 도로에 접한 북쪽 밭이 신씨 어르신네 밭인데, 지금까지는 이 밭에서 물을 그대로 제 땅으로 흘려보내도 문제없었지만, 이제 농막을 가져다 놓으면 그렇게 하지 못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산 땅이 몇 년 동안 논으로 사용된 밭이라 배수가 나쁠 것 같고, 2미터 이상 높은 곳에 위치한 400평 가량의 밭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적지 않을테니 비가 많이 오면 제 밭이 물바다가 되는 일은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배수로 공사를 할 생각이고, 공사 전에 배수로를 어떻게 놓을지 미리 상의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반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눠본 느낌으로는 두 분 모두 괜찮은 인상이었습니다. 첫인상에 불과하고 계속 지내봐야 서로 파악이 되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뵐 때마다 인사를 잘하고, 오갈 때 소소한 간식꺼리라도 챙겨드리면서 다가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외지인에 연소자인 제가 먼저 다가가야죠.

 

농막 주문을 했으니 5월말에 출고되기 전까지 상하수도와 바닥다짐과 점기초용 주춧돌 작업을 미리 해야합니다. 전기 연결 신청은 출고 열흘쯤 전에 하면 될테고, 가장 시급하게 결정해야할 일이 상수도 연결입니다. 하수도 정화조가 자리를 잡도록 가라앉히려면 물을 채워야 하니까요.

 

제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 공주시 상하수도과 상수도 담당자가 안내해준 것처럼 5월말에 농막을 설치해놓은 다음에 신씨 어르신의 토지사용허락서를 첨부하여 북쪽 도로 옆에 있는 공주시 상수도와 연결하는 상수도 연결허가신청을 하고, 공주시에 등록된 상수도공사업체 중 입찰을 통해 시공회사가 선정되면 공사비용을 지불하고 계량기를 설치한 후에 다시 제 땅 경계로부터 농막의 상수도 배관까지 급수관 공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가장 원칙적인 정론이지요.

 

둘째, 관정을 파는 방법입니다. 관정 중에서 30m 정도 깊이로 파는 소공은 큰 비가 올 때에 흙탕물이 나오거나, 가뭄에 지하수가 마르는 일이 있다고 하여 다들 추천하지 않습니다. 깊이 100m 가량의 대공이 가장 좋다지만 1천만 원이 넘기도 하는 큰 비용이 부담되기도 했고, 마을 하천이 바로 옆에 흐르기 때문에 수맥을 찾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되어 약 70m 깊이의 중공으로 관정을 파도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셋째, 이장님께서 제안해주신 방법인데 이웃 신씨 어르신께서 공주시에 신청해서 설치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상수도 계량기에서 제 땅으로 수도배관을 연결해서 시 상수도를 사용하되, 사용요금은 제가 신씨 어르신께 납부하는 방법이 가능합니다. 이장님께서 제게 땅을 매도하실 때 배관자재 비용만 내면 본인이 소유한 굴삭기로 상수도 배관을 연결해주시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셨던 사항이기도 합니다.

 

첫째 방법으로 하면 정식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공주시 상수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질도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외지인인 저를 위해 신씨 어르신께서 토지사용승낙서를 써주실지 의문이고, 파종해서 한창 키우고 있는 밭에 굴삭기가 들어가서 땅을 파고 상수도관을 매설하도록 한철 농사를 작파하시는 데 대한 보상을 책정해서 지불하는 문제, 농막이 설치된 이후에 연결허가신청과 검토, 공주시의 공사발주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도 6~7월에나 상수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둘째 방법으로 관정을 파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데 드는 전기요금 외의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관정 모터펌프 관리의 부담과 요즘 농촌의 지하수들의 수질이 그리 깨끗하지 않아서 지하수 시설 설치 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지하수 수질 검사시 식수로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걸렸습니다. 300~400만 원의 중공 관정 시공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제가 마실 생수를 매번 차에 실어서 가져와야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는 일입니다. 게다가 관정 펌프가 고장나면 제가 돈을 들여 수리를 해야 하는 것은 좀...

 

셋째 방법으로 신씨 어르신네 시 상수도관에 연결하면 비용은 가장 적게 들고 허가나 신고절차도 필요없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시 상수도 농막이 출고되기 전에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에 제 명의로 설치한 계량기가 없기 때문에 안내해주시는 고지금액대로 납부해야 하는 점, 혹시 동파 등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가 아닌 신씨 어르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점, 상수도요금 외에 별도로 수고비(?)를 요구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문제 등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에 등록된 업체가 시공하는 것이 아니고 이장님이 보유한 굴삭기로 동네 어르신들이 관을 매설해주는 것이라 수도관을 보온재로 잘 싸고 동결심도 이하로 수도관을 잘 매설해주실지 불안하기도 하고요.

 

아직 결정을 못했지만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신씨 어르신께서 다음 주에 밭에 파종을 하신다고 하셔서 셋째 방법을 택할 거면 이번 주말에 수도관을 묻어야 하거든요.

 

제가 셋 중에 어떤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애독자 여러분들의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ㅠ.ㅠ

 

삼자대면이 이뤄진 제 밭 북서쪽 모서리입니다. ㅎㅎ

첫째, 셋째 방법으로 수도관을 매설할 경우 필요한 수도관 길이를 재는 중입니다. 오른쪽이 신씨 어르신네 집과 밭입니다.

신씨 어르신네 밭 서쪽 경계를 따라 묻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황토라지만 몇 년을 논으로 써서 배수가 좋지 않네요. 배수로를 따로 시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밤나무 가지 사이로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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