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35화 : 진입구 문제 해결과 주차공간 확보
견적서를 받은 기반공사 중 토공사에 포함되어 있는 7톤 트럭과 25톤 크레인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진출입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로 생각했습니다. 높은 밭을 절토하는 A안과 낮은 마늘밭을 성토하는 B안이 있었지요. 저는 A안은 추후에 다시 복구하기 위해 굴삭기를 불러야 한다는 점, B안으로 갈 경우에 차 한 대를 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점 때문에 우선 B안을 시도했습니다.
사진의 파릇파릇한 마늘밭을 가꾸시는 어르신의 연세가 무려 92세라고 합니다. 저와 반 세기 차이가 나는 연배죠. 연락처도 모르고 과연 제안이라도 해볼 수 있을지 난감했는데 신씨 어르신께서 까다로운 분이긴 하지만 전부터 옆 땅에서 같이 농사지었고, 술도 같이 마시던 사이라 본인께서 말씀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신씨 어르신께서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농막을 못 들여놓게 된 상황이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밭 귀퉁이 일부만 좀 쓰게 해주라고 잘 설득을 해주셨네요.
저도 기쁜 소식을 듣고 퇴근해서 그 분의 호의에 답례를 했고요. 덕분에 5~6평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방문객 차가 한 대 오더라도 문제가 없고, 폭 2.5미터의 제방길에서 차들이 마주치더라도 비켜줄 공간이 생겨서 통행하는 차량들도 편리해질 것 같습니다.
기반공사는 4월말 5월초 즈음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제 한동안 제 농막 준비도 휴가기간이네요.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비소식이 있긴 한데 온김에 물이라도 주려고 차트렁크에서 타카기 물호스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코코피트로 덮혀있는 화분 흙을 만져보니 아직 축축하네요. 역시 멀칭은 하는게 좋습니다.
브리지타 블루베리, 슈퍼오디, 앵두, 블루크롭 블루베리 묘목들은 분갈이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꽃눈과 잎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나머지 화분들은 감감 무소식이네요.
온주감귤나무는 계속 꽃이 피고 있는데, 기존에 달렸던 열매는 바람과 영상 1~3도의 쌀쌀한 밤기온에 시달려서인지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그래도 자가수분이 잘 되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묘목사면서 얻어온 꽃들도 잘 있고요.
흐뭇한 마음으로 귀가하려던 참에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노부부를 마주쳤습니다. 제 소개를 하고 주말체험 농사로 과수하고 텃밭농사를 좀 지어보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르신께서 자전거 짐받이에서 무얼 꺼내시네요.
받아보니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콩보다 두 배이고, 지력을 키워줘서 청나라 인구를 두 배로 늘린 구황작물인 땅콩입니다. 판례공부할 때 '낙화생'이란 단어가 나와서 무슨 한약재인가 했던 기억이.
초면에 이렇게 많이 나눠주셔서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면서 그럼 절반은 볶아먹던가 라고 하시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네요. 뭐 답례할 것도 없고 이거 참. 제가 동네를 잘 고른 것 같죠? ㅎㅎ
(3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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