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37화 : 정화조 공사와 고정식 온실
퇴근 후 같이 저녁밥을 먹은 다음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에서 이양재 건축사님, 그리고 시공사인 하우스컬처의 배소장님 박소장님과 함께 한 번 더 회의가 있었습니다.
우선 진입구 문제를 1안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기존에 받았던 견적서의 기반공사 항목에 농막 출고 직전과 설치 직후에 굴삭기를 불러서 높은 밭 사면을 절토했다가 원상복구하도록 반나절 작업 2회를 견적에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설치 직후가 장마철이라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다짐작업을 잘 해야지 절토를 허락해주신 이웃 땅주인 분께 폐가 안되겠지요.
그리고, 정화조 배관에 대해서 한참 논의했는데 기존에 콘크리트 제방도로를 뚫고 나있는 농수로관이 마늘밭 끝에 있어서 제가 그 농수로관을 통해서 오수를 버리게 되면 악취가 발생할 수 있고, 배관의 일부가 노출될 수 있어서 미관상도 보기 좋지 않아 마늘밭 점용 주민의 민원이 우려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원래대로 2안으로 했더라면 마늘밭 가장자리를 메우기 되니 오수관과 농수로관도 노출되지 않아서 기존 농수로관에서 T자관으로 마늘밭 배수로를 뚫어드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복잡해졌지요.
고민 끝에 안그래도 조심스러운 분이라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제 땅에서 제방도로 밑으로 오수배관을 별도로 묻기로 했습니다. 현황도로의 콘크리트를 깨고, 배관 매설 후 다시 양생하는 비용이 견적에 추가되지요.
마지막 문제는 대지의 북서쪽에 배치하는 고정식 온실이었습니다. 저는 폭 3미터 가로 6~8미터의 5.4~7.3평 정도의 폴리카보네이트 온실에서 겨울철에 추위에 약한 유실수 화분을 월동시키고, 상추같은 내한성 채소를 기르고 싶었습니다. 1년 중 겨울이 5개월이나 되는 상황에서 온실이 없으면 겨울에 밭을 찾을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건축사님께서는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고정식 온실을 만들려면 그 하부도 지내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안그래도 무른 밭에서 지내력이 가장 약하고 습이 많이 차는 곳이 온실 자리라고 말씀하시네요. 그래서 고정식 온실을 지을거면 이쪽도 점토질 흙을 치환해야 하는데 치환할 면적이 밭의 3/4 이상이 되니 결국 전체 흙을 치환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그래야지 제가 원하는대로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셨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토공사비용이 더 들고, 레미콘 차량의 온실바닥 콘크리트 타설비용에 제가 알아봤던 온실 제작사의 설치비용까지 생각했을 때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제 어림짐작으로는 약 2천만 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공간인지' 의문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건축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도록 권하시는 입장에선 고정식 온실을 안하는게 좋겠다고 권하시네요. 기반공사 사이즈를 두 배 이상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신거죠.
이양재 건축사님께서 산산히 깨주셨던 제 첫 번째 구상인 '온실 안 농막' 컨셉 을 기억하시는지요. 고정식 온실은 제가 농막을 처음 생각할 때부터 필수요소로 생각했었고, 창고의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디자인의 농막 옆에 비닐하우스를 놓는 것도 차마 못하겠고요.
부산여행 때 봤던 F1963 온실의 자태가 눈 앞에서 어른거렸지만 결국 온실을 포기했습니다. 농막 제작 의뢰 예산도 제 처음 계획보다 조금 더 올라갔고, 기반공사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토공사 비용이 생기는 바람에 추가 지출을 하게 된 상황이고, 농막 잔금과 기반공사비도 대출을 받아서 지출할 예정이라 여기서 더 무리하는 것은 부담이 되더라구요. 농기구와 비료, 작업도구 등의 수납은 야외용 대형 수납함으로 대체하면 될 것 같고요.
기반공사로 실제 공사하는 기간은 3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견적금액이 나온 후 계약을 체결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하실 수 있다고 하고요. 기반공사를 마치면 5월말 출고 전에 자연다짐 기간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걸로 제가 신경쓸 기반공사 문제는 끝난 줄 알았는데 다가 아니었습니다.
공주시에서는 농막으로 가설건축물 신고필증을 받은 사람이 별도로 '오수처리시설(정화조) 설치신고'를 할 필요 없이 공주시 관내에 등록된 개인하수처리시설 공사업체에서 인허가절차를 대행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화조 부분은 현장소장님도 공주시에 등록된 업체에 재위탁을 주시는 거죠.
그런데 제가 농막 제조회사 마룸에서 받았던 최종 도면을 현장소장님 통해서 공주시의 정화조 공사 업체에 보냈더니 '농막 기준 면적을 초과했네, 배관면적이 농막면적에 합산되어야 하네 이러면서 정화조 신고를 할 수 없다'고 말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ㅠ.ㅠ
또 한 번 '내가 왜 농막을 가지려고 했을까?' 하고 잠시 후회했습니다. 급하게 마룸 정실장님께 벽체중심선 기준으로 심플하게 건축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평면도를 요청드렸고, 공주시청 하수도과 담당자분께 직접 문의드렸습니다.
제가 문의한 공주시 하수도과 담당 공무원분이 정화조 설치업체와 통화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구매해서 제작 중인 농막이 건축법상 면적기준인 벽체중심선 기준 치수로 가로 6.05m, 세로 2.97이니 건축면적이 총 17.9685제곱미터로 제가 발급받은 가설건축물 신고필증의 신고면적인 18제곱미터 이내라는 점을 말씀드렸고, 정화조 설치업체의 설명처럼 배관면적도 정화조 면적에 포함되는지 문의했습니다.
하수도과 담당자분께서는 농막이 제가 말한 치수대로라면 농막 허용기준인 20제곱미터에서 18제곱미터를 뺀 2제곱미터 내의 정화조를 설치 가능하고, 배관면적은 정화조 면적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간단히 해결되서 다행스럽긴 한데, 간 떨어지게 했던 정화조 업체가 밉네요. --;
이양재건축사님께서 권유하신 오수합병 정화조는 최소면적이 3제곱미터라 제 농막 면적과 합산하면 21제곱미터가 되기 때문에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결국 2제곱미터인 5인용 자연배수식 단독정화조로 시공하기로 했습니다.
자연배수식은 그냥 흙이 여과재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밖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라 환경을 생각하면 오수합병정화조를 선택하는 게 맞는데, 이미 농막을 제작 중인 제 상황상 선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돌발상황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3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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