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36화 : 법을 잘 안다는 사람이 이래도 됩니까?
지난 화에서는 7톤 트럭과 25톤 크레인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진출입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 방안 중 낮은 마늘밭의 일부를 메꾸는 쪽으로 잘 해결해서 이제 농막이 들어올 때까지 제가 해결할 문제는 없겠구나 싶어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부산여행을 하던 둘째 날 낯선 번호로 온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장년 남자분께서 다짜고짜 제게
"밭을 샀다고는 듣긴했는데, 도시사람이면 이렇게 시골 사는 나이든 양반 속여먹어도 되는거유?"
라고 하시며 시비조로 말씀을 시작하시네요.
누구실래 이렇게 예의가 없나 했더니 하천 점용허가를 받아서 마늘농사를 짓고 계시는 주민분의 아들이셨습니다. 청주에 사시는데 부친께서 고령이라 본인이 주말에 와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고요.
자기가 모르는 일이 신씨 어르신과 부친을 통해 진행되었다는 걸을 뒤늦게 알게 되서 황당하고 기분 나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 부친도 국유지인 하천 제방땅을 점용할 권한만 부여받았을 뿐인데, 어떻게 사사로이 진입구를 넓히도록 허락을 해줄 수 있냐고 물으시네요.
말이야 맞는 말씀이라 뭐라 할 말이 없어서 5월에 농막이 들어오는데 지금 상태로는 크레인과 트럭이 진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부득이 부탁을 드리게 되었다고 하소연을 했지요.
그런데 제 말을 끊으시고
"법을 잘 안다는 사람이 이래도 됩니까?"
라고 돌직구를 날리시네요.
이장님을 통해서 제 직업을 들으셨나 봅니다.
하천부지 점용권자가 제3자에게 사용을 허락할 권한은 없죠. 설령 제가 사용허락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마늘밭과 진입구 상단의 높이차를 눈대중으로 보면 2미터가 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1조 제2항 제4호의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한 2미터 이상의 성토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니 더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생각과, 명색이 변호사라면서 제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암수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답답함에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골이고, 누가 문제삼지 않을거라고 안일하게 꼼수를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죽비를 내리쳐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법을 안다고 공인받은 사람은 법을 어기서나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때 더 불리합니다. 이런저런 말로 변론이야 하겠지만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나 법대(판사석)에 선 법관들 보기에 민망한 일이지요.
전화주셨던 분께는 여행을 마친 후 전화를 드려서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끄러운 일화지만 다른 분들은 저처럼 꼼수쓰려고 하지 마시고, 정도를 걸으시라고 공유해봅니다.
(37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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