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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마쓰 요코/조찬희 역] 손때 묻은 나의 부엌(2008)

독서일기/음식요리

by 태즈매니언 2021. 4. 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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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생활용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섬세한 감각은 감탄스러운 부분이 많지요.

 

음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에세이를 여러 권 낸 작가가 아시아와 유럽 각지에서 찾아데려와 애용하는 주방 물건들의 사연을 모은 책이라기에 궁금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곧 두 번째 주방이 생기는 사람이니까요. 깊이 70cm에 길이 2m의 조리공간과 1구 인덕션, 150리터의 냉장고로 꾸밀 농막의 주방에 들일 식기와 조리도구, 그릇들을 신중하게 엄선해야 하거든요.

 

냄비는 수십 개가 있지만 전기주전자와 전자레인지는 없는 히라마쓰 요코씨의 부엌 이야기를 읽다보니 제가 필수품이라고 생각했던 전기오븐레인지와 전기주전자가 과연 꼭 있어야 하는지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아파트에서 쓰는 도구들을 똑같이 쓴다면 굳이 주말 세컨하우스를 계속 찾게 될까요? 아미시처럼 생활의 편의를 포기하고 옛날 생활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6평의 좁은 공간인만큼 좀 더 단순한 주방도구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꾸며보고 지내다가 불편하면 천천히 이것저것 들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고민해봐야죠.

 

싸구려 베트남 알루미늄 국자와 4만엔 짜리 에도시대 이마리야키 장국 그릇이 같이 있는 주방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책에 항아리, 벽걸이 등잔, 스테인리스 김치통, 돌솥, 보자기, 조각보, 백자 등 한국의 물건들이 여럿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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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쪽

 

행주도 리넨으로 된 것을 선택한다. 공기를 가득 머금고 부풀어 오른 강인한 리넨 섬유는 접시 위의 물방울을 순식간에 닦아 준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수분을 닦아 없앤다. 쓰기 편한 리넨을 더욱 자주 쓰게끔 해 주는 장점은 섬유가 잘 풀리지 않고 접시에 보풀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65쪽

 

“은행나무의 나뭇결은 유분을 촘촘히 머금고 있어요. 그래서 부엌에서 (도마로) 쓰기에 제격이죠. 물이 스며들지 않거든요.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가볍습니다.”

 

108쪽

 

중국 음식점 주방에서는 대나무 찜통을 담당하는 사람의 서열이 두 번째로 높다. 내부를 고온으로 일정하게 유지해 찌는 조리법이라서 절대 중간에 뚜껑을 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즉, 요리를 하면서 상황을 확인할 수 앖다는 말이다. 그만큼 숙련된 기술과 직감이 승패를 좌우한다.

(중략)

대나무 찜통을 다 쓴 다음에는 절대로 씻으면 안 된다.

 

141쪽

 

“질냄비는 ‘이제 쓰기 편해졌다’ 싶을 때 깨지는 물건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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