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님의 페북 글들을 애독하다보니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의 활동들에 대해 많이 접했다.
읽고 나니 책에서 시도했던 개별 프로젝트의 내용들보다 대학교의 인문계 대학원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게 참 반가웠다. 골백번은 들었던 '산학연 협동연구'라는 독경같은 주문을 미사여구들로 장식하는 것보다 푸드비즈랩의 프로젝트 착상과 수행 사례를 직접 보고 느끼길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 이름값있다는 대학들도 인문계는 박사과정생은 물론 석사과정생조차 충원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들었다. 어차피 교수가 될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으니 나머지 대학원생들의 다른 진로를 위해서라도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해본 경험은 중요하다.
대학이 학진이나 기업의 연구용역비에 휘둘린다고 비판적으로 볼 게 아니라 자신이 배운 걸 가지고 돈을 쓰는 사람이 원하는 컨설팅과 솔루션 제공을 해보는 경험이 연구자를 성장하게 하니까.
과제 기획해서 제안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어떻게든 마무리짓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게 지도교수의 중요한 역할인데 산학협력단과는 연락할 일도 없이 선비처럼 지내는 인문계 교수님들을 보면 좀 안타깝다.
그래서 <푸드로드>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인문계 학부생에게 유용한 책일 것 같다. 문교수님은 세일즈를 참 잘하신다.
아직 형사판결이 나온 건 아니지만 월향의 이여영 대표에 대한 언급은 뻬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에필로그에 나오는 오사카의 막걸리집에서 술이 잘 안팔렸던 이유로 마무리를 하신 것도 훌륭했고, 국가표준식품성분표 DB를 제공하는 농촌진흥청 연구자들을 통해 공공기관 연구자들의 노고를 알려주신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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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쪽
약성으로 축약되는 약식동원((藥食同源) 마케팅은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지워버리고 결과적으로 식문화를 황폐화시킨다. 두통약 사는데 효능과 가격 말고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는가?
151쪽
외부에서 직접 코로 들어오는 향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입안에서 씹었을 때 조직이 깨지면서 그 복잡한 향미 물질들이 입 뒤편에서 코로 올라오면서 향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훨신 더 강렬하다. 그래서 우리는 향을 향이 아니라 맛이라고 인지하기도 한다. 우리가 맛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사실은 혀를 통해 느끼는 맛이 아니라 코를 통해 느끼는 향이다.
171쪽
국가표준식품성분표는 농촌진흥청이 1970년부터 농축수산업 분야의 기초 자료를 축적하여 5년마다 한 번씩 발표하는 분석 데이터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제9개정판에는 22개 식품군으로 분류된 식품 3,000종의 각종 영양성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방대한 데이터들은 농촌진흥청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중략)
오즘 앱스토어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앱들도 바로 이식품성분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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