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식품회사에서 식품와 향료에 대해 연구해온 최낙언 선생님의 2012년에 나온 책.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저서들이 점점 근본원리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책이면서 화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책이 최낙언 선생님께서 동시대 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지금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가정용 상비약처럼 집에 한 권씩 둬야 하는.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골고루 즐겁게 먹되 가급적 과식은 하지 마라.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라. 건강식품과 운동전도사들의 공포마케팅에 휘둘리지 말고, 지나치게 청결하려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리고 제발 제발 식품첨가물가지고 무식한 소리해서 식품회사 연구원 짜증나게 좀 하지마라.'
나는 평소에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위의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에 레퍼런스가 달려있지 않아서 의심할 수 있는데 최낙언 선생님의 좀 더 전문적인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허투로 근거없는 주장을 하시는 분은 아니다.
(댓글에 링크로 인용한,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박사'학위가 없다고 깔봤다가 참교육 당하고 '전문가 100명 모아서 올꺼임. 잉잉잉'하고 사라진 도서 바이럴 마케팅 유투버와의 <당뇌고 대첩>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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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쪽
어떤 음식이 어떤 병에 좋다, 어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효과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양이 얼마인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음식에 좋은 성분이 있다 해도 그것이 건강에 효과를 미치려면 우리가 평소에 먹는 것보다 '엄청 많이' 먹어야 한다. 좋다는 것들의 효과는 그것을 '꾸준히' 먹어야만 거둘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은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나쁘다는 주장도 똑같다. 몸에 나쁜 것도 허용치의 100배 이상을 꾸준히 먹어야 독성이 나타나는데 일단 독이라 불리는 물질이 검출되면 그 양이 기준치 이하라도 난리가 난다.
121쪽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아 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커져 사람들은 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게 된다. 성인은 비교적 스트레스 해소법이 다양한데 비해서 학생들은 컴퓨터게임이나 군것질 외에 방안이 없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128쪽
영원히 분열하는 단세포동물은 죽음과 암이 없다. 다세포동물로 진화하면서 맺은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임의로 분열하지 않는 것과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한 죽음의 서약이다.
139쪽
요즈음 소비자가 식품을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68쪽
합성 향이 안전할까 천연 향이 안전할까 하는 질문보다는 "수백 가지 화학물로 만들어진 천연 향도 안전하다는데, 검증된 30종 이하의 원료로 만들어진 합성 향은 얼마나 더 안전하단 말인가?"가 합리적인 질문이다.
248쪽
암세포는 체세포의 일부이기에 우리 몸의 세포 종류만큼 암 종류도 많다. 따라서 암은 한 가지 질병이 아니라 250가지 질병 그룹이다. 암은 우리 체세포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과도하게 분열 성장할 뿐 그 밖의 어떤 목적도 없고 독소를 만들지도 않는다. 단지 체세포에 필요한 영양이나 공간을 차지할 뿐이다.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암세포에게도 좋고, 우리 몸에 나쁜 것은 암세포에게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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