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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2020)

독서일기/음식요리

by 태즈매니언 2023. 7. 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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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는 그리 즐기는 주종도 아니고 버번 위스키와 테네시 위스키의 차이도 몰랐던 제가 이 책을 읽게된 건 결국 요새 젊은 친구들이 위스키와 하이볼을 즐기는 유행 때문이죠.

지금처럼 먹을 게 풍요로운 시대에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제가 '생명의 물'이라는 찬사를 들었고, 한 때 의료용으로도 처방이 되었던 위스키에 대해 특별한 매력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점도 한 몫했고요.

떠올려보니 제가 마셔봤던 대부분의 위스키는 잭 다니얼스를 빼고는 스카치 위스키였더라구요. 그나마 피트 향이 강한 아일라섬 위스키가 제 취향에 맞더군요. 그런데 '버번 위스키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스카치 위스키가 맹물처럼 느껴진다'고 하니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사케처럼 노인들이 마시는 술이라고 구닥다리 취급을 당하다가 청년층이 다시 찾으면서 부활하고 있는 미국 위스키에 대해 알고 싶었고요. 이 책 덕분에 옥수수, 말, 치킨으로 유명한 켄터키에서 전세계 버번 위스키의 95%가 생산된다는 걸 알았네요.

북미산 백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이 버번 위스키 -> 스카치 위스키 -> 멕시코 테킬라 -> 카리브해 럼까지 대서양을 왕복하며 여러 번 재활용된다는 것도 재미났고요.

버번 위스키를 사랑하는 술꾼 기자 조승원님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컨셉 등이 제가 농막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나 내용의 구성이 비슷한 것도 인상에 남네요.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와주고 읽혀야 삶의 방식과 재미가 풍요로운 나라가 되겠죠. 길어진 수명이 축복이 되려면 중년 이후에도 흥미를 가질 분야들이 많아야 하니까요.

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대형 증류소 중에는 숙성 중에 배럴의 위치를 계속 옮겨주는 '메이커스 마크', 소규모 양조장 중에서는 피어리스 증류소가 만드는 버번 위스키로 입문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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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연중 서늘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천사의 몫이 연 1~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여름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가는 켄터키에서는 1년에 최소 3%, 평균 5%가 증발한다. 가장 일반적인 4년 숙성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0%가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셈이다.
버번을 숙성하는 오크통은 반드시 새것을 써야 한다.

203쪽

버번 업계에서는 숙성이 잘된 오크통(꿀 배럴)만을 따로 선별해 제품화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인 싱글 배럴은 단 한 개의 '꿀 배럴'에 담긴 위스키를 판매하는 걸 말한다. 반면 스몰 배치는 잘 숙성된 '꿀 배럴' 여러 개를 섞어서 내놓는 제품을 뜻한다.
(중략)
1987년에 출시된 부커스는 '최초의 스몰 배치 버번'이라는 영광을 얻은 것은 물론 프리미엄 버번 시장을 개척했다는 찬사도 함께 받는다.

243쪽

루이빌은 어떻게 '버번 세상의 중심'으로 발전했을까? 우선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루이빌은 미국 동부에서 남부 루이지애나로 물자를 운송하는 관문이었다. 배로 가려면 잠깐이라도 여기에 정박을 해야 했다. 루이빌 북쪽 오하이오강에 침식 작용으로 생긴, 낙차 큰 폭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그냥 통과할 수 없었기에 남부로 향하는 배는 일단 상류 쪽에 짐을 모두 내렸다. 그런 다음 일꾼들이 배와 짐을 폭포 아래 항구로 옮겨다주면 그제야 운임을 정산하고 떠났다. 배와 짐을 옮기는 데는 하루나 이틀이 걸렸다. 그사이 선원들은 루이빌에서 밥도 먹고 위스키도 마셨다.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도시가 커졌고 위스키 산업이 발전했다.
수상 운수가 활발해지자 위스키 교역도 크게 늘었다. 유흥의 도시인 남부 뉴올리언스에서는 끊임없이 켄터키 버번 위스키를 원했다.
(중략)
더불어 북쪽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철도까지 연결되면서 루이빌은 물류 도시로 급부상한다. 1800년대 중후반에 이르자, 루이빌은 미국의 열두 번째 대도시로 성장한다. 이때만 해도 루이빌은 시카고보다 더 큰 도시였다.

341쪽

증류소에서 숙성을 마친 오크통을 밖으로 빼낼 때 여기서 무게를 잰 뒤 판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세무직원들은 증류소측에서 오크통을 몰래 빼내 탈세하는 것을 막으려고, 숙성고 열쇠를 자신들이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454쪽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끔 병 라벨에 Bottle in Bond라고 적힌 걸 봤을 것이다. 1897년에 도입된 보틀 인 본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허위 과장 광고 규제 법안'이다.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위스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짜 저질 위스키가 판을 치자, 이걸 막으려고 만든 소비자 보호 정책이다.
중류소에서 보틀 인 본드라는 말을 위스키라벨에 붙이려면 여러 조건을 지켜야 했다. 반드시 단일 증류소에서 단일 시즌에 증류를 해야 했다. 숙성은 정부가 관리하는 보세 창고에서 최소 4년을 해야 하며, 병에 넣을 때 알코올 도수는 50도로 맞춰야 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품질 관리 제도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504쪽

차콜 멜로잉은 버번 위스키와 테니시 위스키를 구별하는 핵심 공정이다. 다시 말해 테네시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반드시 이 공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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