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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 선물같은 이웃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4.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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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39화 : 선물같은 이웃

 

원래 이번 주말은 일산에서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인사이동때문에 평일에 출퇴근으로 4시간을 쓰는 아내에게 주말에 또 세종시 다녀가게 하는게 미안해서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반공사를 하기 전에 이웃 높은 밭 주인분께 기반공사 시작해서부터 농막 출고 때까지 저희 밭쪽 귀퉁이를 깎겠다고 직접 뵙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다음 주로 미루기가 찜찜하더라구요. 전에 말씀드리긴 했지만 언제 한다고 정확히 알려드리지 못했거든요.

 

공사를 의뢰한 하우스 컬쳐 박소장님의 프로젝트 일정이 잠깐 비어서 운좋게 시간이 난거라 마냥 시간을 끌며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요. 한창 공사하기 좋은 성수기에 많은 일을 하셔야 하니까요.

 

다행히 이번 주말에 아내가 세종시로 내려온다고 해서 퇴근 후 밭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웃밭 양씨 어머님께서 밭을 돌보고 계셨습니다. 아드님 내외도 같이 계시더라구요. 양씨 어머님은 두 번 뵈어서 간단한 대화한 적은 있지만 길게 이야기나눈 건 처음이었고 아드님 내외는 아예 처음이었습니다.

 

원래 화분에 물만 주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세 분과 서서 30분 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양씨 어머님네도 수도와 비닐하우스만 있고 정화조나 농막을 설치한 상황이 아니라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더라구요.

 

아드님께서 저를 궁금해 하셨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마룸 피드에서 저희 현장방문 때 올리신 포스팅을 보고 이 공주 농막이 바로 우리 옆 땅 같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그 농막주를 오늘 만나신거죠. ㅋㅋ

(예쁜 농막을 꿈꾸는 사람들은 다들 마룸에서 모이네요.)

 

오늘 처음 본, 저보다 4~5년 아래로 보이는 아드님이 어쩜 저와 이렇게도 취향이 잘 맞는지. 개인정보를 일방적으로 드러낼 수 없어서 아쉽네요. 오랜만에 금사빠가 어떤 걸 말하는지 체험했을 정도였습니다. 그 분도 저같은 사람을 여기서 만난 걸 신기해하셔서 두 남자 사이에 테스토스테론 없이도 훈훈한 분위기가 타닥타닥 장작불처럼 타올랐습니다.

 

어떤 분위기였는지 비유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서로 면식도 없는 두 남자가 금요일 저녁에 드라이브 삼아 아끼는 다이하츠 코펜을 타고 공주 시골마을의 저수지에 갔다가 사진과 같이 잘 관리한 로버 미니 클래식 카를 타고 온 상대방을 발견한 상황이랄까요. 오리지널 핸들과 선풍기, 매킨토시 스피커, 로이스자동차와 마이티미니 까페 이야기를 하는 거죠.

 

둘 다 처한 상황이 비슷해서 이심전심이었는데다가 이렇게 동질감 형성까지 되니 양씨 어머님께서 기반공사 때부터 농막이 설치될 때까지 길어지면 한 달 가량 귀퉁이를 절토해둬도 될지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들어주셨네요.

 

고난 끝에 이런 선물 같은 이웃을 만날 줄이야. 집에 와서도 아드님과 한참을 문자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겨우 몇 달 준비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웃을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던 전원생활 선배들의 조언을 요즘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혜성처럼 등장하셔서 기반공사와 농막 설치의 장애까지 해결해주신 귀인인, 취향저격 이웃님이 무엇보다 큰 선물이네요.

 

바로 옆 밭에 공간을 어떻게 맵시있게 가꿀지 고민 중인 섬세한 취향의 이웃이라니 천금을 주고도 못 얻죠. 공주는 역시 사랑이었습니다.

 

제 책장에 있는 로버 미니 다이캐스트 두 대가 이런 날을 예견했을까요?

 

(40화에서 계속)

 

사진출처 : 춘천 플레인호텔 오너 부부가 소유했던 로버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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