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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 건축사 - 짓고싶은 자들의 정신건강과 통장 수호자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4. 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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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40화 : 건축사 - 짓고싶은 자들의 정신건강과 통장 수호자

 

이제 대지 문제와 농막 외장재와 지붕 시공이 끝난 시점에서 벌써 40화라니. 제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시작한 연재지만 너무 말이 많았나 싶네요.

 

이쯤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고마운 분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세종시 엘리펀츠 건축사무소 이양재 건축사님이시지요. 그간 제 부푼 희망을 여러번 부숴주시면서 스스로 ‘빌런’이라고 하셨지만 이 연재기를 쭉 따라오신 분들은 다 아시는 것처럼요.

 

건축사와 변호사 둘 다 컴퓨터 한 대와 좋은 복합기만 한 대 있으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지식서비스 수주산업의 자영업자입니다.

 

변호사가 민사는 소송대리인으로 소제기해서 승소 판결을 받아줄 뿐 직접 의뢰인의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지 않고, 형사는 고소대리를 해서 검사에 의해 기소가 되게 하는 것이 성공이고, 판결을 내려 죗값을 치르게 하는 건 법관의 일인 것처럼 건축사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건축 인허가를 대행하지 직접 건물을 지어주는 직업인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소송에 얽히는 일은 두어 번쯤 있는데, 건축주가 되어볼 기회는 아무래도 한정되어 있다보니 건축사가 좀 더 신비한 아우라가 있는 직업인으로 인식되는 것 같네요.

 

변호사나 건축사나 의뢰인과 건축주로부터 ‘내가 일일히 설명해주고 떼준 서류들 가지고, 서면과 설계도서를 작성했다고 하긴 하는데 도대체 뭘 얼마나 해줬다고 이렇게 돈을 많이 받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듣기 십상이죠.

 

이처럼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기 쉬운 직업인데 문과출신인 제가 건축사분을 알 기회가 없다보니 페북과 독서모임으로 가까워진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의 이양재 소장님이 처음으로 알게된 건축사셨습니다.

 

농막을 준비하면서 저는 나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처럼 스스로 알아보며 계획했지만, 필요할 때면 뻔뻔스러울 정도로 이양재 소장님을 많이 찾았습니다.

 

저녁시간에 사무소로 찾아뵙고 자문을 구한 게 7-8번은 되는 것 같고,(심지어 상담 와중에 맥주와 안주도 제공해주셨...) 제가 산 밭에도 두 번 방문해주셨지요. 프로그램으로 농막과 온실의 설계도면, 모형, 3D 모델링도 만들어 주셨고요.

 

자문에 대한 비용을 문의드렸을 때마다, 조언과 농막 도면들은 돈을 받을만한 일이 아니고, 농막이라 인허가 업무를 대행한 것도 없어서 받을 수가 없다고 하셨죠. 그건 아니라도 해도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계속 손사래를 치시길래, 제가 판단하기에 이양재 소장님께서 정부부처나 연구기관의 자문회의에 참석하실 때 받는 자문수당이 회당 20만 원이니(저도 그렇게 받습니다.) 200만 원은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 번 봉투를 준비해갔는데 퇴짜 맞았습니다. 어떻게 답례를 해야할지 아직 생각 중이고요.

 

개인사무소 운영하는 변호사나 건축사들이 이렇게 소송 수임이나 건축 설계 의뢰건만 돈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업계의 관행때문에 라이센스를 막 딴 신출내기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사업 다각화가 안되는 현실을 함께 통탄하셨던 분께서 이런 언행 불일치를...

 

제가 생각할 때 제 농막 프로젝트에 도사린 큰 위기가 세 번 있었습니다.

 

첫째, 농막을 거대한 4-50평 고정식 온실 안에 넣고자 했던 제 첫 번째 구상으로 갔더라면 제가 가진 자금과 대출금으로는 절대 완성도 못했고, 짓고나서도 이게 아닌데 하며 많이 후회했을 겁니다. 잘해야 합법적인 농지 내 고정식 온실에 대한 판례를 하나 남겼을지도..

 

둘째, 농막과 평상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고정식 온실을 일자로 배치하는 구상으로 갔다면 나중에 현장 단속이 나왔을 때 사실상 주방 겸 창고인 공간을 과연 농업용 고정식 온실로 소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누가 신고했다면 돈을 들여 기초 콘크리트와 온실을 뜯어내고 원상복구하겠죠. 발생하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습니다.

 

셋째, 농막 출고 전에 제가 맡아서 하기로 했던 진입구 확보와 관련해서 저는 건설기계가 출입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회전반경에 대한 수치 감각이 없었습니다. 비용을 아낀다고 적당히 눈대중으로 동네 업자분에게 기반공사를 의뢰했더라면 기반공사를 다 끝내고 5월말에 밭 입구까지 온 제 농막을 다시 함평으로 되돌려보낼 뻔 했지요. 아니면 농막을 들어서 안착시켜줄 크레인이 진입을 못하거나요.

 

위의 세 가지 모두 제 돈을 수백에서 수천만 원 날릴 뻔한 위기였는데 이양재 소장님덕분에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명색이 변호사라 사람들이 변호사에게 30분만 법률상담을 받았더라면 수천만 원을 아낄 수 있었고, 쟁송의 고통에서 몇 년은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 사례를 여러 번 봤기에 제가 전문가의 조언덕분에 얼마나 큰 위기를 넘겼는지 실감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굵직한 조언들만 꼽아봐도 지금의 농막 배치와 평면을 추천해주셨고, 어디서 나온지도 모르는 객토를 받을뻔 한 걸 막아주신 일, 해빙기에 진흙의 지내력 문제도 모르고 그 위에 바로 흙을 성토할 뻔한 상황을 만류해주신 일 등이 있습니다.

 

제가 농막을 준비하면서 유일하게 후회되는 일이 땅을 사기 전에 건축사님께 같이 동행해서 땅을 봐달라고 자문을 부탁드리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이웃을 잘 만났고, 진입구 문제를 해결한 지금은 이 땅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라 후회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후견지명이고, 제가 이번에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지요. 건축사님의 현장 확인을 받은 후에 현장시공과 공장제작 후 출고견적을 비교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원주택이나 농막을 계획 중이시고, 염두에 두고 있는 매수후보지가 있으시면 출장비와 자문비를 지출하더라도 건축사의 자문을 받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설령 현장을 보시지 않더라도 건축사에게 지번을 알려주시며 도움을 청하면, 예비건축주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알려주실 겁니다. 설계 수주의 기회니까요.

 

농막을 준비하면서 운좋게 건축사의 서비스를 체험해보니 저는 나중에 전원주택이나 상가주택을 지을 때 건축설계비를 아낀다고 소위 ‘허가방’을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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