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44화 : 토공사 - 지구의 피부관리
5월 6일은 제가 난생 처음 발주해본 토목공사날이었습니다. 원래 3일에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비소식 때문에 미뤘지요. 다음날 오전까지 하루 반나절 공사였습니다. 현장소장님께서 지휘해주셔서 저는 편안히 사진만 받아봤네요.
우선 건설기계들과 농막을 설치할 트럭과 크레인이 출입할 길을 만드느라 백호우 06W 굴삭기가 진입구 옆의 밭 모서리를 절토합니다.
그리고는 굴삭기가 40cm깊이로 약 80평의 면적에서 기존 논흙들을 걷어내서 덤프트럭을 통해 실어 보냅니다.
걷어내면서 기존에 있던 땅 가장자리의 논두렁들을 다 없애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깔끔하게 깎아주셨네요.
(이제 빗물이 고이는 것도 없을 듯 싶습니다.)
다음엔 굴삭기가 깎아낸 땅에 25.5톤 덤프트럭이 싣고온 자갈과 돌가루로 이뤄진 회색빛의 잡석을 부은 다음 깔고 다졌습니다. 이게 6일날 일이었지요.
7일 오전엔 25.5톤 덤프트럭이 싣고온 마사토를 잡석 위에 깔고 다집니다. 이렇게 치환공법을 마친 덕분에 7톤 이상 나가는 농막을 지탱할 지내력를 확보했네요.
전날의 작업사진들을 보고 현장소장님께 지금 진입로의 폭이 너무 좁으니 마늘밭쪽 경사면을 조금만 넓혀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굴삭기 기사님께서 흙을 덮고 잘 눌러주신 덕분에 입구가 넓어졌네요.
이제 예전 논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성형수술을 하니 제 땅이라는 실감이 나네요. 그간 도로에서 굴삭기를 만나면 느린 속도와 위압감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보니 판타지소설의 기간트나 타이탄같은 거신병기처럼 멋져보입니다.
돈은 많이 들어갔지만 먼지같은 크기의 인간인 제가 지구의 피부를 아주 살짝 매끈하게 바꾸는 피부관리를 해줬네요. 토목공사의 위대함을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45화에서 계속)
46화 : 2제곱미터의 전쟁 (2) | 2021.05.13 |
---|---|
45화 : 정화조, 또 너냐... (2) | 2021.05.12 |
43화 : 치유농업이 필요한 중년 (0) | 2021.05.02 |
42화 : 함평에서 전한 소식 2 : 스테인 칠 (0) | 2021.04.28 |
41화 : 함평에서 전한 소식 1 : 지붕과 타일 (2) | 2021.04.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