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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 치유농업이 필요한 중년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5.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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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43화 : 치유농업이 필요한 중년

 

원래 5월 3일 월요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기반공사는 우천 소식으로 5월 6일 목요일부터로 사흘 연기되었습니다. 농막 출고예정일인 26일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요. 공사는 날씨의 영향을 받으니 공사일정은 여유롭게 잡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기반공사를 해야하니 밭에는 뭘 심지 못하지만 북쪽과 서쪽의 높은 밭과의 경계인 경사면은 공사와 상관없으니 애호박 정도는 심어도 되겠더군요. 그래서 5월의 첫 휴일날, 전날 사놓은 애호박 모종 6주(조생 풋호박 3주, 둥근 얼룩애호박 3주)와 20리터 완숙 퇴비 세 부대자루를 챙겨서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조치원시장에서 산 모자와 호미로 무장한 아내

삽으로 흙을 좀 파고 돌을 골라낸 다음에 퇴비와 흙을 섞어 놓고 모종을 심고 나니 올해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호박을 사먹을 일은 없겠다 싶네요.

(완숙 퇴비라도 노지에 파종하기 7일 전에 퇴비를 뿌린 다음에 모종을 심으라고 안내되어 있는데 초보라 그런 것도 모르고 모종을 같이 사는 바람에 그냥 심고 왔습니다. 부디 잘 자라주길~)

 

조금이지만 전날 비가 와서 땅파기는 쉬웠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비닐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오네요. --;
애호박 모종을 심을 구덩이마다 10kg씩 부어줬습니다. 거름이 많을수록 호박이 잘 열린다고 하는데, 이게 적당한 양인지 모르겠네요. 필요하면 나중에 또 덧거름을 줘야죠
퇴비에 바로 모종을 심으면 안된다는 걸 몰랐는데, 바로 심어야 하는 상황이라 황토랑 열심히 섞어줍니다.
잘 자라서 애호박 많이 맺어주렴.
제가 모종을 심는 사이에 아내는 에어포트에 심은 나무들에 물을 줬습니다. 슈퍼오디가 가장 생장이 빠르네요.

 

 

아내와 같이 하다보니 30분 남짓에 끝난 간단한 일이었지만 한낮에 삽질도 하며 몸을 움직이니 땀도 좀 나고 상쾌하네요.

 

'치유농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식물을 심는 일은 꾸준히 몸을 움직이게 해주고, 우울증 치료같은 정신건강에도 좋지요. 작년 3월에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잘하는 것도 없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걸 즐기긴 하지만 미니벨로를 타고 시속 15~18km로 천천히 달리니 땀이 나는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도 안하게 되더라구요.

 

안그래도 친가쪽으로 친할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세 분이나 환갑 전에 돌아가셨죠. 두주불사에 걸쭉한 탕과 육식을 즐기고 많이 먹는 식습관을 물려주신 선친께서는 마흔 전에 당뇨병 판정을 받으셨고, 50대에 고혈압과 간경화, 대사질환, 신부전 등 온갖 순환계 질환을 같이 앓으시다보니 식습관을 고치고 병원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작년 봄에 직장 건강검진을 했는데 혈압은 정상이었지만, 경도의 지방간이 중등도 지방간으로, BMI 지수는 과체중에서 비만으로, 당화혈색소 수치는 정상치의 최상단에 육박해서 당뇨전단계를 조심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2년쯤 전부터 신체의 기능이 슬슬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제 진지하게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선친의 전철을 밟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피트니스나 계단오르기 등의 운동은 매번 작심삼일로 그치게 되네요. 즐겁게 평생할 수 있는 운동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고민이 식물을 키우는 건 좋아하니 농사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은 그래도 평생 꾸준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서 공주의 밭을 사는데 큰 영향을 줬고요. 저만의 슈필라움을 갖고 싶은 마음이 절반,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과수원 겸 텃밭 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반이었습니다. 이 밭에서 유실수와 채소를 심고 가꾸며 치유농업의 효과를 누려봐아죠.

 

그래서 제 농장의 이름을 'farmacy'(farm+pharmacy)로 정했습니다.

 

(4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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