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55화 : 농막 설치를 위한 운과 성공의 방정식
지난 화에서 월요일 오후 늦게 밭을 보고가신 백제크레인 엄대표님께서 수요일에 절대로 작업을 못하신다고 단언하셨습니다. 때문에 한 번 연기되었던 6월 2일 오늘 설치는 무산되었지요.
리버티6는 이미 완성이 되었는데, 내일 공주에 비소식이 있고 다음주 목요일부터 또 비가 온다는 예보로 마룸 정실장님과 저 모두 심란했습니다. 비오고 6일 후에 이 밭이 과연 크레인을 지탱할 만큼 단단해질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요.
마룸 대표님 부부께서 결국 현장을 다시 보러 오신다고 하셔서 오늘 점심시간에 두 분을 뵈었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의 밭 상태는 이런 상황입니다.
왼쪽 부분은 사람이 그냥 걸어가도 발이 빠질 상태죠. 내일 또 비가 오는데, 과연 다음주 수요일까지 25톤 크레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마를지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백여 채의 농막을 설치해보신 이대표님께서는 어렵다고 하시네요. 크레인 바퀴가 빠져서 자력으로 빠져나오지 못할거라고요.
같이 갔던 아내도 땅 상태가 다음 수요일도 어려울 것 같은데, 이제 언제 장마철이 닥칠지 모르니 아예 깎았던 옆밭 귀퉁이를 복구해드리고, 유공관을 묻어서 밭의 배수상태를 개선한 후에 가을쯤에 다시 옆밭 귀퉁이를 깎고 농막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하네요. 어차피 오래 사용할테니 몇 달 늦어지는 걸 감수하자고요.
마룸 이대표님도 이렇게 흙을 치환하고, 파쇄석을 다져서 농막을 놓을 자리가 만들어 졌지만, 가급적 땅이 다져지는 시간을 좀 주고 설치하는 것이 부등침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몇 달 더 마룸 공장 야적장에 농막을 보관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부등침하로 한쪽이 기울더라도 자동차용 자키로 살짝 들러올려서 알루미늄판을 까는 등 수평을 맞추는 게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럴 일이 없이 오래 잘 사용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죠.
하지만 이렇게 몇 달을 그냥 보내고, 어렵게 부탁해서 절토했던 부분을 복구한 다음에 다시 절토하게 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옆밭을 절토해서 쌓아둔 흙과 돌무더기를 굴삭기로 떠서 지금 상태가 안좋은 바닥에 깔고, 평평하게 다진 후에 굴삭기가 다리를 내리고 작업할 수 있는 폭인 7m를 확보하면 지적도 사진처럼 25톤 크레인이 파쇄석이 깔린 진입로에 자리를 잡고, 7톤 트럭은 제방길에서 농막을 싣고 서 있는채로 그대로 농막을 떠서 정확한 자리에 놓으면 가능하지 않을지 제안을 했더니 대표님 부부께서 신중한 검토 끝에 가능하겠다고 하시네요.
대신에 현재의 파쇄석 다짐만으로는 안심이 안되니 높이가 1미터를 살짝 넘는 금속파일 6개를 파쇄석 위 주춧돌 자리에 심고, 그 위에 주춧돌을 놓아서 연약지반으로 인한 부등침하의 가능성을 줄이는 걸 제안해주셔서 바로 수용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며칠 전 이양재 건축사님과 박소장님께서 밭 내부의 100mm 오수배관 길이 9.2미터 이내로 정화조를 설치하려면 진입로쪽의 밭 경계를 측량해야지 농막을 놓을 정확한 위치를 확정할 수 있다고 하셔서 그 부분도 수용했지요.
그래서 목요일인 3일에 비가 오고 가급적 마른 날을 충분히 둔 다음주 화요일 8일에 굴삭기를 불러서 절토한 흙과 돌무더기를 안쪽으로 옮겨서 바닥에 깔아서 25톤 크레인의 앞바퀴가 들어와도 괜찮게 만들고, 경계측량을 해서 농막을 놓을 정확한 위치를 잡은 후에 박소장님께서 6개의 주춧돌 위치를 표시해주시면, 그 날 오후에 마룸 직원 두 분이 선발대로 오셔서 금속파일과 주춧돌을 설치하고, 제방길에 있는 농막에 걸릴 것 같은 나뭇가지들을 전동톱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해주셔서 다음날 설치를 준비해주시게 됩니다.
그리고 9일 수요일 아침 8시경부터 함평에서부터 달려온 저상트레일러가 공주의 목적지 근처에서 7톤트럭으로 농막을 넘겨주지요. 그런 다음 25톤 크레인이 먼저 밭 입구에 자리를 잡고, 7톤 트럭에 실린 농막을 떠서 제 자리에 놓게 됩니다.
저를 도와주는 전문가들과 제가 가진 자원들을 동원해서 뽑아낸 최적의 전략인 것같은데, 이게 성공하려면 내일 공주에 비가 가급적 적게 오고, 금요일부터 다음주 수요일 아침까지 비가 안오는 운이 필요합니다.
땅을 산 다음에 배수공사를 포함한 기반공사를 끝내고, 한 1년 정도 기다려서 자연다짐이 된 다음에 농막을 설치했으면 안겪어도 될 고생인데, 사서 고생을 해보고나서야 알게 되네요. ㅠ.ㅠ
(5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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