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64화 : 부부의 휴일 농막
제가 이렇게 농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농막에 계속 돈을 펑펑 쓰는 저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은 점점 불안해져 갔습니다. 농막일 뿐인데 전원주택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저를 보고 돈 좀 그만 쓰라고 말리기를 여러 번.
샐러드에 베이글과 햄, 석류주스로 늦은 아침을 차려 먹고 공주 밭으로 갔습니다.
전기인입을 맡긴 대광전기에서 전봇대 심을 자리를 표시해달라고 해서 말뚝에 저렇게 표시해놨더니 그 사이에 한전에서 전봇대 한 개를 심고 가셨네요. 처음부터 지중 공동구로 전선이 지나가는 세종시에서는 볼 수 없고, 아직 전선하고 연결되지 않은 전봇대라 신기합니다.
아내와 함께 애호박을 수확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호박의 솜털이 꽤 뾰족하고, 피부에 박히면 뽑아내는 것도 쉽지 않죠. 장갑을 끼고 전정가위로 잘라냈습니다. 서울여자인 아내는 애호박이 지천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연신 감탄하네요.
마트에서 파는 사이즈 이상인 애호박만 6개 땄습니다. 줄무니 둥근호박 2개, 긴 호박 4개인데, 이게 뭐라고 참 뿌듯하네요. 늦가을까지 호박 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반팔티에 냉감 팔토시를 차고, 과일나무들과 호박, 옥수수 모종에 충분히 물을 줬습니다.
풍성한 호박잎을 보니 어릴 때 먹었던 호박잎쌈이 생각나서 좀 뜯어왔고요.
집에 와서 점심으로 잡곡밥에 차돌애호박된장찌개, 데친 호박잎쌈으로 점심상을 차리니 요새 다이어트한다고 식사량을 많이 줄인 아내가 밥도 추가로 퍼서 잘 먹네요.
이렇게 소소한 성취감을 주고,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주는 사랑스런 농막. 틀밭까지 갖춰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내년이 기대됩니다.
(6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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