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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 20년 배터랑의 조언과 계획 변경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7. 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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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72화 : 20년 배터랑의 조언과 계획 변경

 

어제 파파중기의 김대표님과 약속한 시간이 아침 8시라 시간에 맞춰 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작업은 제 삽질을 대신해줄 1.5톤 트럭에 실려온 얀마 02 소형 굴삭기가 배수로를 4~50cm깊이로 파주는 반일 작업꺼리라 마음에 별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대표님께서 현장을 보시더니 이런 토사지반에서는 경사를 잡아서 중간중간에 집수정을 묻더라도 물이 생각보다 많이 안모이고 흙 속에 스며들고, 경사를 주는 것때문에 곳곳에 움푹 들어간 모습이 보기에 그리 좋지 않다고 하시면서 다른 방법을 권하시네요.

어차피 밭 절반은 지대가 약간 높고 물빠짐이 좋으니 안좋은 반절 부분의 진흙을 걷어낸 다음에 알골재(레미콘 타설시 섞는 석분이 없는 파쇄석 자갈)을 깔고, 지대가 가장 낮은 높은 밭 옆 가장자리 쪽으로 PE 이중 유공관을 묻는 걸 권해주셨습니다.

 

집수정을 중간중간에 묻는다고 해도 주 2~3회 잠깐씩 오는 입장에서는 잡초 관리가 쉽지 않다고 느끼던 터라 고민 끝에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알골재는 25.5T 덤프 두 차를 받기로 했고요. 한 차에 45만원이나 하네요.

 

진흙을 걷어내는 작업은 02 굴삭기로 했는데 진흙을 긁어내면서 높이차를 줘야지 물이 잘 흘러나오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시는 측량장비로 높이차이를 즉정했습니다. 입구까지 대략 50cm정도 차이가 나더군요. 굴삭기로 파면서 감으로 자연스럽게 경사를 준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좁은 배수로만 파려고 가져온거라 작업 속도가 안나와서 답답해진 김대표님께서 결국 주력으로 쓰시는 06W 백호우로 굴삭기를 바꾸신다고 하셔서 대표님을 태우고 파파중기 사무실에 갔다왔네요.

세심한 사장님께서 예전 현장에서 쓰고 3팔레트 남은거라고 하시면서 농막 디딤돌로 쓸 계단석을 바가지에 담아 오셨네요. 마침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말이죠.

알골재를 가득실은 25톤 덤프트럭이 왔는데 석축을 쌓았더니 덤프트럭이 안쪽까지 못들어옵니다. 앞에 밤나무가 있어서 턴을 하는데 장애물이 되더라구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석축을 쌓을 때 조금 더 안쪽으로 해달라고 부탁할걸 그랬네요.

결국 실어온 골재를 진입로 쪽에 부어놓고 가고 06 굴삭기가 바가지로 퍼서 옮겼습니다.

골재 작업을 마치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에 가까운 건자재상에서 4미터 길이의 PE 이중 유공관(알골재가 통과를 못할 정도로 구멍이 작은 것) 5개를 사왔습니다. 100~150mm 내경도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혹시 몰라서 200mm제품으로 구매했습니다. 합쳐서 13만 원이라 조금 비싼 편인데 제 밭 근처라 사장님께서 따로 운반비를 안받고 1톤 트럭으로 실어다 주셨네요.

굴삭기가 가장자리를 따라서 배수로를 판 자리에 유공관을 묻고 골재를 기다렸습니다.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는 15톤 덤프로 2차를 섭외하는 바람에 제 비용부담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래도 배수로를 이미 파놓은 상태에서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유공관 둘레를 부직포로 둘러야 하는게 아닌가 여쭸는데, 김대표님께서 그런 작업을 하는 건 대형 유공관이고 어차피 유공관 구멍을 알골재가 통과 못하기 때문에 유공관을 넣은 배수로에 그대로 알골재를 부으면 된다고 하시네요.

알골재를 기다리면서 김대표님과 이런저런 잡답을 나눴는데 저와 동갑이시더라구요. 23세때부터 굴삭기를 시작하셔서 지금 20년이 되셨다고 합니다. 다른 건설기계들과 달리 굴삭기는 워낙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서 5년 정도 현장일을 해도 숙련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현장을 봤을 때 머리 속에서 완성된 모습을 그릴 수 있어야 하고, 흙 한 바가지를 뜨더라도 다음 작업의 수순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작업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무시당한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굴삭기 기사의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소위 '나라시'라고 하는 '평탄작업'을 앞뒤로 움직이며 얼마나 깔끔하게 잘하는지라고 하네요.

 

15톤 덤프트럭 골재가 차례로 도착해서 유공관을 묻고 농막 둘레와 제 밭의 절반부분을 알골재로 채웠습니다.

처음엔 농막 주위에만 자갈을 채우려고 했는데 처음 생각대로 안되네요. 내년에 유실수를 옮겨심는 자리는 알골재를 파내고 화단 경계석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공사를 하고 나니 이제 비가 기다려집니다. 알골재들 자연다짐도 될테고, 유공관 공사의 효과도 봐야지요.

한 것도 없지만 하루 종일 농막에 있다가 와서 씻고, 아내가 일산집 텃밭에서 수확해온 루꼴라와 바질로 만든 샐러드와 올리브 치아바타로 저녁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습니다.

(7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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