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농막>
75화 : 아직 초대를 못하는 이유
이제 어엿하게 농막이 갖춰졌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공주 농막에 정식으로 손님을 초대한 경우는 세 번 밖에 없습니다. 이웃밭 P군, 뒷집 김선생님 부부, 친하게 지내는 직장동료 네 분 이렇게 뿐입니다.
(심지어 이 시리즈의 빌런 Yang Jae Yi건축사님도 아직 초대를 못했네요. ㅠ.ㅠ)
한 번 구경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빨리 바베큐 구워서 대접하고 싶은 분들도 많은데 한여름인데도 아직 에어컨 설치를 못해서 너무 덥다고 핑계를 댔지만(사실입니다.), 실은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산 밭에서 직선거리로 500m 북쪽에 사진과 같은 폐기물 수집 및 처리업체 공장이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서 퇴비로 바꾸는 공장이지요.
아침 일찍부터 가동해서 작업은 오후 3시쯤에 끝난다는데, 매일 오후 5~7시, 때에 따라 밤 10시까지도 시큼하고 불쾌한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마 퇴비로 압축하면서 나온 침출수를 처리하는 것 같은데 하필 공기가 식으면서 낮게 깔리는 시간대라 역한 냄새때문에 불쾌하죠.
처음에 땅을 봤을 때부터 이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었고, 주민들의 오랜 민원으로 인해 공장 이전이 결정되었고, 다른 곳에 공장을 짓고 있어서 올해 안에 폐쇄된다고 들었고, 공주시청 담당자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고 밭을 구매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 샀다지만 이웃분들 말고 회사 동료들을 불러서 바베큐를 해먹는데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니, 좌불안석으로 마음이 불편하더라구요. 그 날엔 굳이 이런 상황을 설명드리지 않았는데, 초대하면서 이런 양해를 구하기도 좀 계면쩍네요.
뒷집 김선생님 부부와 신선생님 모두 어차피 곧 나간다고 문제삼지 않으시는 상황에서 매일 거주하지도 않고 주 2~3회 오는 신출내기가 민원을 제기하는게 저어되서 그간 참고 지냈는데, 며칠 전에는 처리량이 많았는지 밤 10시가 지나서까지도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늦은 밤 어차피 근무시간도 아니라 받는 사람이 없으리란 걸 알면서 공장으로 항의전화를 할 때는 여차하면 국민신문고 통해서 '악취방지법'에서 정한 악취배출시설의 배출허용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고 민원을 넣을 각오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9시에 바로 콜백주신 담당자분이 너무 친절하시고, 수시로 공무원들의 현장점검과 조사를 받고 있는데, 주민들에게 피해를 드리는 건 알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새 공장으로 올해 연말 전에 이사를 할 예정이라고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데 뭐라고 더 말을 못하겠더군요.
어차피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시설은 꼭 필요한 시설이고, 연말까지 이전하는데 거주하는 것도 아닌 제 피해를 주장하기가 계면쩍네요.
이런 이유로 제가 아직 농막으로 손님 초대를 못하고 있습니다. 도움과 조언 많이 주셨는데 다 끝났다고 쌩~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셔요.
어차피 올해는 할 일이 많으니 음식물쓰레기 냄새 맡으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완비된 주말농장으로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7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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