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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 초보 조적공의 긴 하루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7. 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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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80화 : 초보 조적공의 긴 하루

 

세종시에서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서 새벽 5시 무렵부터 안더울 때 일하려고 농막에서 잠을 청했는데 하필 보름달이라 자정이 지나도 밖이 환하고, 모기들이 왱왱거려서 잠을 설쳤네요. 일하기 좋은 새벽시간을 아예 놓치고 아침 7시 30분쯤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우선 5m*4m 온실기초의 테두리 부분에 8인치 블럭을 수평을 맞춰서 한 줄 놨는데, 밭일 하시던 김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면 나중에 안쪽 기초를 채울 때 레미탈 한 팔레트로도 모자라니 블럭 높이의 절반 정도는 잡석 안에 묻으라고 조언해주시네요.

묻으면서 수평을 잡으려니 시간이 꽤 걸립니다. 게다가 어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지게차가 시멘트 10포대 팔레트를 안내려줘서 블럭 빼기가 젠가 놀이 같아서 위험하고요.

그래도 오전에 테두리의 절반은 완성했습니다. 날이 워낙 더워서 30분 일하고 10분 쉬면서 했죠. 오차는 각각 1cm라서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점심은 나가서 사먹을까 싶다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 소비하려고 간단히 해먹었고, 농막 바닥에 누워서 선풍기 바람 쐬면서 30분 쉬었습니다.

8인치 블록이 더 안빠져서 할 수 없이 40kg짜리 시멘트 10포대를 직접 내렸습니다. 워낙 무거워서 내던졌더니 세 개나 터졌네요. 비오면 어쩌지 --;

진도가 눈에 보이니 지루하지 않네요. 물로는 갈증해소가 안되서 맥주 한 캔 땄습니다. 이런 더위엔 가벼운 라거가 나은데 냉장고에 없네요. 술을 마시니 원기회복은 되는데 한낮 더위에 일하다가 술기운이 핑 돌아서 30분 정도 자고나니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마지막 블럭 한 개만 빼고 테두리가 끝났습니다. 벽돌 놓는 방식 때문에 390mm의 절반인 195mm인 블럭이 필요한데 수직을 제대로 못잡아서 약 2cm의 오차가 생겼네요. 어차피 농막 테두리 블록 치수를 오차를 감안해서 10cm씩 여유롭게 줘서 설치에 문제는 없을 듯 싶습니다. 수평이 더 중요하죠.

블럭 가운데 30cm 쇠말뚝을 한 개씩 박아주고 절반 정도 높이로 알골재를 부어줬습니다. 8인치 블럭 하나 무게가 18kg이고, 레미탈이 굳으면 움직일 일이 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블럭 구멍에 고정한 쇠말뚝이 철근 역할을 해주니 바닥고정이 잘될 것 같아서요. 알골재를 배합하면 강도도 올라간다고 하고, 지천에 널린게 알골재라서 레미탈도 아낄겸 아낌없이 넣어줬죠.

 

자투리 블럭을 자르려고 스탠리 컷쏘를 개통했는데 컷소날만 뜨거워지고 절단이 잘 안되네요. 아무래도 벽돌은 못자르고 플라스틱이나 나무자르는 용인가 봅니다. 에효 컷쏘 중고로 다시 팔아야 하나.

마침 구경오신 김선생님께 다시 도움을 요청드렸더니 전동 그라인더를 가지고 오셔서 도와주시네요.

그라인더로 자를 때 먼지가 많이 나니 선풍기를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에어 서큘레이터를 세게 틀었더니 먼지폭풍이 ㅎㅎ

저는 잘라주신 조각을 아무 생각없이 맨 끝에 붙이려고 했는데, 김선생님께서 작은 조각은 시멘트가 떨어져나가기 쉬우니 끝에 넣지 말고 중간에 넣으라고 또 팁을 주시네요.

그리고 제가 조적용 미장칼 밖에 없는 걸 보시고는 레미탈(레디 믹스드 몰탈:시멘트와 모래, 첨가제가 공장에서 최적비율로 배합된 건축자재)을 조금씩 뜨는 도구를 두 개나 빌려주셨습니다.

레미탈을 몰탈 통에 던져놓고 삽으로 십자모양으로 퐈퐈 찌르는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 했네요. 한 포대가 40kg이라 들기 쉽지 않더군요.

벽돌공장 사장님께서 기초 바닥에 레미탈을 사용할 때는 시멘트를 추가로 넣어주면 강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레미탈 한 포대에 시멘트 두 삽을 넣고, 릴호스로 적당량의 물을 부어줍니다. 조적용 몰탈통 자체가 레미탈 한 포대에 적당량의 물을 섞으면 딱 맞는 크기라 알기 쉽네요. 손잡이끈도 유용하고요.

노란색깔이 좋아서 선택한 스탠리 전동 믹서기도 드디어 개시했네요. 믹서날은 철물점에서 2만 원 주고 샀습니다. 1~5단으로 힘조절이 가능해서 좋군요. 이걸 일일이 삽으로 섞는다고 생각하면...역시 일은 장비가 하네요.

시멘트 블럭 구멍 사이에 저렇게 삽으로 떠서 레미탈을 큼직 큼직하게 부어서 구멍에 대강 들어가게 하고, 세밀하게 채우는 건 김선생님께서 빌려주신 '렝가 고대' 끄트머리로 한 움큼씩 떠서 눌러줬습니다. 저는 일당 받는 것도 아니고 급할게 없으니 마무리는 손바닥으로 레미탈을 꾹꾹 눌러주고 수평을 맞춰주느라 시간이 꽤 걸리네요.

흙놀이라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몰탈 믹서기도 쓰다보니 좀 더 익숙해지네요. 처음엔 5단으로 해서 레미탈이 많이 튀었는데 2~3단이 적당하더군요. 재미있긴 한데 어느새 저녁시간이라 마음이 급해집니다.

 

이 동네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볼 시간도 없네요. 레미탈 한 포대만 더 비비면 다 끝낼 수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졌고 랜턴도 없어서 레미탈이 잘 비벼졌는지 안보일 것 같아서 미완의 상태로 일을 마무리 했습니다.

작업도구 씻고, 시멘트 포대 8포대를 팔레트로 모으는데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어제 지게차가 시멘트 팔레트만 내려주고 갔어도 어두워지기 전에 다 끝냈을텐데 아쉽습니다.

오늘도 김선생님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공사를 해보니 뿌듯하네요. 샤워와 안마의자 마사지로 1박2일의 여행같았던 농막에서의 주말을 마무리 합니다.

 

(8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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