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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 뒷집 김선생님과 그늘막 설치

아무튼, 농막

by 태즈매니언 2021. 7. 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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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농막>

 

78화 : 뒷집 김선생님과 그늘막 설치

 

어제 기분좋게 취한 상태로 들어와서 달게 잘 거라 생각했는데 새벽 네 시 반에 깨니 잠이 잘 안오네요. 한 시간을 뒤척거리다가 밖이 밝아오길래 아직 안더울 때 밭일이나 하자 싶어 집을 나섰습니다.

 

무성하게 잘 자라던 자두나무의 상태가 왜 안좋나 했더니 또 애벌레가 창궐. 동네 새들은 애들 안잡아먹고 뭐하나 싶네요. 일일이 손으로 잡아서 끔살시켜줬습니다.

물주면서 청개구리를 두 마리나 봤고요. 늦게 심은 옥수수가 금세 자라서 뿌리도 굵고, 빨리 자란 모종은 벌써 수술이 보일 정도입니다.

공주는 중간중간 소나기가 왔는지 흙이 부드럽고 잡초가 엄청 많아서 저 사진에 들어오는 정도 김매기를 하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네요. 7시가 넘으니 팔토시를 하고 있어도 햇살이 뜨거워서 서둘러 끝냈죠. 영주대장간 왼손잡이용 호미 좋더라구요.

인근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취미농부이신 이웃밭 P군의 어머님께서도 일찍 오셨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서 가져온 자두 한 개 맛보시라고 드렸더니 직접 키우신 수박을 한 통 주시네요. 아는 분이 직접 키운 수박을 받으니 느낌이 달라요.

뒷집 김선생님께서 아침 텃밭일 하시다가 저를 보시고는 노인일자리 사업 갔다와서 그늘막 설치하는 거 도와줄테니 혼자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십니다. 제가 일머리 없는거 바로 알아보시는 ㅠ.ㅠ

 

샤워하고 며칠 전에 받은 옥수수 두 개를 삶아서 아침으로 먹은 다음 철물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개 사왔습니다.

아무래도 그늘막 재질도 마음에 안들고 크기도 작은 것 같아서 올해만 쓰고 내년엔 눈에 차는 걸로 바꾸려면 처음 생각처럼 콘크리트를 치면 안될 것 같아서요.

 

줄이 디자인을 해치고, 발이 안걸리도록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마룸 정실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방법대로 그늘막을 매달고 그늘막 반대편과 90도 위치에 그늘막 반대편에서 기둥을 당겨주는 줄을 고정하기 위해 말뚝 4개, 뒤쪽 구멍에 매달 스테인리스 아이볼트 2개(M8사이즈=3/8인치)를 사왔습니다. 아침에 쪼그리고 김매면서 불편했던터라 밭일용 엉덩이 방석의자도 하나 샀고요.

김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일찍 오셔서는 바로 설치를 주도해주시네요. 제가 빼먹은 빨랫줄까지 집에서 챙겨와주셨고요.

우선 그늘막의 세로길이가 3미터인데 줄길이가 있어서 농막 고정고리가 위치한 외벽에서 대략 3.8미터 거리에 주춧돌을 묻었습니다. 자갈을 파서 흙이 나오면 주춧돌을 내려놓고 다시 자갈을 덮은 정도로만요.

그리고 길이 45cm에 아연도금에 된 2,600원짜리 강철말뚝에 빨래줄 매듭을 묶어서 폴대 반대편으로 눕혀서 자갈을 파헤친 맨땅에 박고 자갈을 덮어뒀죠.

그늘막 반대편에 하나 90도 각도로 하나 더, 이렇게 두 개를 반대편에 심고서 그늘막 천을 기둥에 최대한 팽팽하게 묶어줍니다. 제가 하는게 어설프니 가르쳐주시던 김선생님께서 직접 하시네요.

 

시골에서 오래 생활하시면서 뭐든 직접 만드시는 김선생님께서 폴대 가격을 물어보시길래 개당 12만원이라고 했더니 뭐하러 돈주고 사냐며 대나무 꺾어다가 1년 쓰고 바꾸면 충분한데 제가 정주영 손자처럼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시네요. 장비도 어지간한거 다 있으니 빌려가라고 했는데 왜 샀냐고 말씀하시고요. 잘 모르지만 이런 이웃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제가 참 운이 좋습니다.

 

카라비너와 턴버클은 필요없겠다고 하셔서 일단 떼어뒀습니다. 매듭도 나중에 풀기 좋게 예쁘게 묶어주신 김선생님의 배려.

 

(저는 삽질만 했을 뿐인데) 금세 완성된 가로 4미터 세로 3미터의 쌀포대 그늘막! 팽팽하게 활짝 펴져 있으니 그래도 처음보단 봐줄만 하네요. 오전엔 그늘이 싱크대 앞쪽으로 지는군요. 그늘이 좀 작다 싶지만 일단 올해는 이렇게 써보려고 합니다.

마룸의 디자이너 정실장님께서 직접 여러 그늘막을 주문하셨다니 나중에 실장님 사용기 참고해서 제게 맞는 제품을 사려고요. 베이지색은 리버티6와 안어울려서 다음엔 좀 모던한 디자인으로 해야할듯 싶습니다. 삼각형 그늘막 두 개도 괜찮을 듯 싶고요.

 

그늘막 완성 사진에 뜬금없이 등장한 벽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7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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